이 대통령은 이날 정책실 산하 경제성장수석실, 사회수석실 등에서 기업 초과이윤 배분과 관련해 보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익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초과이윤’으로 보고 해외 상황을 공유하는 등 관련 토론을 할 계획이었다. 최근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n% 성과급’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초과이익’을 언급하며 이를 전 국민과 나눌 기본소득 같은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했다. 초과이윤 배분 문제가 대수보 안건으로 정해진 것도 이 대통령의 평소 인식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 정부 부처가 주도하는 공론화와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논의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내부 회의에서 “사회적 논의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취지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는 최근 각각 관련 토론회를 열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이견만 확인했을 뿐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도 지난 15일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고용노동부가 구상하는 ‘사회연대기금’과 관련해 “정확히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제가 아직 개념이 없다”며 유보적 태도를 밝혔다. 경영계에서는 “어디까지가 ‘초과’로 벌어들인 이익이냐” “경제학, 상법 교과서에 없는 자의적 개념”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대수보가 취소된 것은 최근 반도체 관련주 변동성 확대로 증시 전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자칫 청와대의 초과이윤 배분 논의 자체가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월 SNS에 초과이익과 초과세수를 혼용하며 국민배당금을 제안하는 글을 썼고, 일부 외신에서는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청와대는 “초과이익이 아니라 초과세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