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파미 콰디르(사진)에게 붙여진 별칭이다. 기업의 부정행위를 파헤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종목을 표적으로 삼아 공매도의 칼날을 겨눠왔기 때문이다.35세 방글라데시계 미국인 여성인 그는 2015년부터 뉴욕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부실한 지배구조 때문에 실패하는 기업을 찾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게 필살기였다. 2016년엔 의약품 가격 폭리의 상징으로 떠오른 미국 제약회사 밸리언트파마슈티컬스를 상대로 공매도에 성공했다. 2019년엔 핀테크 대기업 와이어카드에 끈질기게 회계 사기 의혹을 제기해 수천만달러를 벌었다. 젊은 여성이 공매도로 성공을 거두자 월가에서는 일찍부터 그를 주목했다.
최근 콰디르는 이 같은 투자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S&P500지수가 2018년 이후 세 배 가까이 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해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규제당국의 공매도 투자 조사 강도가 거세지는 등 공매도업계 전반을 둘러싼 어려움도 커졌다. 결국 지난해에는 자신이 창업한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를 청산했다.
그 대신 콰디르는 주가 수익에 베팅하기로 했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개선을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자신의 장기인 지배구조 분석을 십분 활용했다.
그런 그가 한국 증시로 눈을 돌린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콰디르가 행동주의 투자자로 변신해 한국에 첫발을 내딛는다고 보도했다.
콰디르는 WSJ에 수년 전부터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도체주의 막대한 상승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3분의 2 이상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등 여전히 한국 증시에 저평가된 여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주장한다.
콰디르는 몇 달간 한국 기업 몇 곳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는 “첫 번째 투자 대상은 나의 전문성을 활용하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중소형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적대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 만큼 그의 전략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