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470원대로 내려왔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 따른 달러 공급과 외국인 주식 순매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달 말보다 70원 넘게 하락했다.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 달러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종가인 1480.4원보다 2.0원 내린 147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장중 1560원 선을 위협한 것과 비교하면 20일 만에 5.2% 하락한 셈이다.
제헌절인 지난 17일 이어진 외환 거래에서 오후 3시30분 기준 환율은 1478.5원이었다. 이날 종가는 이보다도 0.1원 낮았다. 지난 5월 11일 1472.4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달 말 1549.4원과 비교하면 71원(4.58%) 내려갔고, 하락 폭은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8개월 만에 가장 컸다.
G20 통화와 비교해도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날 오후 3시40분 기준 원화 가치는 전월 말보다 4.75% 상승했다. 2위는 영국 파운드화(1.7%), 3위는 호주 달러화(1.63%), 4위는 캐나다 달러화(1.59%)였다. 그 밖에 유로화는 0.35%, 스위스 프랑화는 0.2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만 달러화는 -1.63%, 일본 엔화는 -0.08%를 기록하며 약세를 나타냈다.

원화 강세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영향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가 ADR 발행으로 조달한 달러(265억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 외환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영향도 있었다. 외국인은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면 자산 비율을 조절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파는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을 한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 동안 2226억원어치를 순매수해 4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날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51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인상한 것도 환율 하락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이로써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좁혀졌다.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꼽히던 한·미 금리 격차가 일부 완화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이달 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작아졌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가 순매수로 전환한 가운데 SK하이닉스 ADR 조달 자금 유입까지 더해지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 우위의 수급 여건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급 부담이 완화된 만큼 앞으로는 한미 성장률 격차와 양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가 환율의 중장기 기준선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 발표되는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 미국 대비 한국의 상대적 성장 우위와 한미 기준금리 격차 축소 기대가 동시에 강화돼 원화 펀더멘털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