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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밀려 파산 위기에 처한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 대형마트를 규제 대상으로 보고 옭아매기만 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반발 가능성을 고려해 1000억원 규모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20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기로 가닥을 잡고 유통업계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 등 전통 유통업체는 물론 G마켓, 11번가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다이소, 무신사 등 신흥 유통 강자 관계자들을 폭넓게 만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1000억원 규모 유통발전기금 조성 계획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업체들이 출연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골목상권 보호와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정부가 사실상 상생기금 조성을 조건으로 유통 관련 규제 해소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새벽배송 금지 규제를 풀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1000억원 규모 상생기금으로 800만 소상공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형마트와 이해관계가 다른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대형마트 규제 해소를 위한 기금 출연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하고, 유통 상생기금 만든다
정부, 온·오프 유통사 의견수렴…골목상권 지원용 1000억 조성
정부가 새벽배송 금지 규제 해소에 나선 건 대형마트를 더 이상 유통업계의 포식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급성장한 쿠팡은 물론 규제의 틈을 파고든 식자재마트와 1030 젊은 세대를 공략한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에 밀려 대형마트는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점포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족쇄를 채우는 건 유통 환경의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정부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다.정부, 온·오프 유통사 의견수렴…골목상권 지원용 1000억 조성
◇규제 탓에 부진아 된 대형마트
20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온·오프라인 주요 유통업체와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며 유통산업 관련 규제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가 들여다보는 대표적 규제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이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된다.24시간 영업을 막아 골목상권 등으로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이 규제는 쿠팡 등 온라인 ‘유통 공룡’과의 경쟁에서 대형마트를 불리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새벽에 매장 문을 열 수 없어 서울 시내 주요 입지에 점포를 두고도 이를 새벽배송에 활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 규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대형마트에 더 큰 타격을 줬다. 2019년 전체 유통시장 매출의 20.2%를 차지하던 대형마트는 새벽배송을 무기로 치고 들어온 쿠팡 등에 밀려 점유율이 8.1%(지난 5월 기준)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1.2%에서 58.6%로 대폭 확대됐다.

소비자도 규제 완화를 원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가 4월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65.1%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를 해소하는 대신 상생기금을 마련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금 규모는 약 1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전통 유통업체뿐 아니라 컬리와 SSG 등 온라인 유통업체, 올다무 등 신흥 유통 강자 등도 상생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여당도 규제 완화 준비
규제를 풀기 위해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하다. 여당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은 그대로 유지하되 포장과 반출, 배송 등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는 허용해주는 내용을 담았다.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본인의 SNS에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린 것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과 새벽배송 업체들을 키웠다”며 “10여 년 전 시장 환경을 기준으로 만든 규제를 오늘의 소비 여건에 맞게 다시 점검할 때”라고 적었다.
소상공인의 반발은 변수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등은 정부와 여당의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해관계가 다른 유통업체 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과제다. 온라인 플랫폼 입장에선 경쟁자인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생기금을 출연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가 ‘뒷북’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산업발전법상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해야 하지만 산업부는 2019년 발표한 5차 계획(2019~2023년) 이후로 아직까지 6차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사이 변화한 유통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홈플러스는 파산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박종관/곽용희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