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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치싸움·인종차별로 얼룩진 북중미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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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치싸움·인종차별로 얼룩진 북중미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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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대회는 역대 가장 많은 48개국이 본선에 참여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인종 비하, 영유권 주장 등 각종 논란으로 ‘지구촌 통합’과는 되레 거리가 멀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분열된 국가들을 스포츠로 화해시키겠다’는 쥘 리메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이상(理想)에서 멀어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입국 정책은 화합의 장이 열리기도 전에 인종 차별 논란을 낳았다. 이민 단속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강화된 입국 금지령에 따라 많은 국가의 축구 팬이 경기장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선수를 비롯해 월드컵 관계자는 예외 조항에 포함됐지만, 여러 나라 국민은 자국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볼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은 월드컵 개막을 며칠 앞두고 할당된 티켓이 모두 취소됐다. 입장권 추첨에 당첨된 한 세네갈인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경기를 관람하지 못했다.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선수와 심판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말리아 유일의 월드컵 심판인 오마르 아르탄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라크 축구팀의 에이스인 아이만 후세인은 고강도 조사를 받은 뒤에야 입국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결승 진출 세리머니는 국제 분쟁으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잉글랜드를 2-1로 꺾은 뒤 스페인어로 ‘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현수막)를 펼쳤다. 영유권을 놓고 전쟁까지 벌인 영국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이었다.

    경기장 바깥에서도 월드컵의 가치에 먹칠하는 행위는 이어졌다. 마리아노 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는 ‘프랑스 축구대표팀엔 프랑스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아프리카 혈통이 많은 프랑스 대표팀을 비하한 것이다. 파라과이의 한 상원의원은 프랑스 간판선수 킬리안 음바페를 ‘코코넛’이라고 부르며 식민지 시대와 관련된 망언을 쏟아냈다.

    월드컵은 국가 대항전인 만큼 과열되기 쉽고, 그만큼 상대를 향한 심리전과 여론전이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벌어진 일들은 도가 지나쳤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성별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인간이 어우러지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다. 입국하지 못한 세네갈 팬의 빈자리를 대신해 세네갈팀을 응원한 사람들, 그리고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할 수 없는 카보베르데 등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친 다국적 팬들의 모습에 월드컵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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