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의 1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3%를 기록했다. 2018년 1분기(85.1%)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1분기 89.1%에 달한 가계부채 비율은 정부의 엄격한 대출 규제 영향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 비율은 88.1%였다. 가계부채 비율이 한 분기 만에 85%대로 떨어진 건 가계부채가 감소해서라기보다 명목 GDP가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계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명목 GDP가 크게 증가하면서 분모(GDP)의 증가폭이 분자(부채) 증가폭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2380조원에서 올해 1분기 2467조원으로 소폭 늘었다. 1분기 명목 GDP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10.5% 급증했다.
가계의 부채 부담이 완화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 하락이 ‘통계 착시’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난 데다 취약차주 비중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금융권 기타대출 증가액은 5조3000억원에 달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4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대부분이 빚투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업계의 가계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4.7%에서 지난 3월 말 4.8%로 올랐다. 가계 취약차주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6.7%로, 작년 3분기 말(6.4%)보다 상승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부동산 대출은 줄었지만 빚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가계대출 비율 감소세는 착시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연체율과 부실률, 금융회사 대출행태 서베이 등 각종 보조 지표를 통해 가계부채 건전성을 살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