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2분기 89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상반기 직원 성과급 충당금(17조원)을 포함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106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1분기 영업이익 535억달러·약 82조원)와 애플(358억달러·약 54조원) 등 쟁쟁한 빅테크를 모두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기업에 올라섰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에 주가는 7% 가까이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연결 기준) 매출이 171조원, 영업이익은 89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9.3%, 1810.3%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82조87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증권가 컨센서스(약 84조원)도 넘어섰다.일등공신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다. DS부문에서만 90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간판 제품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수익성을 극대화한 결과다. 시장에선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50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이날 주가는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92% 하락한 2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28만6000원) 이후 3거래일 만에 ‘30만전자’가 무너졌다. 호실적을 냈지만 시장 눈높이가 더 높았던 영향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단일 종목 레버리지는 13%대 하락해 상장가 밑으로 내려왔다.
글로벌 반도체 고점 논란이 제기된 것도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반도체주 급락은 시장 주도주가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는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가 조정받자 증시 전체가 휘청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91% 떨어져 7656.31로 밀렸다. 한때 8% 넘게 하락하면서 거래가 20분간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올 들어 여섯 번째다.
HBM·D램 가격 급등·수요 폭발…1분기보다 영업이익 56% 치솟아
올해 371조, 내년엔 521조 전망…칩플레이션에 폰·가전은 직격탄
올해 371조, 내년엔 521조 전망…칩플레이션에 폰·가전은 직격탄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판매하기 위해 빅테크가 모여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쉼 없이 오가며 고군분투해야 했다. 당시 주력 제품인 4세대 HBM3는 수율 등의 문제로 시장 공략에 애를 먹었다. 범용 D램조차 재고가 쌓이며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은 4조원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면서다. HBM을 비롯한 범용 D램 가격이 폭등하고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장의 ‘갑을 관계’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엔비디아조차 삼성전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사이 삼성전자는 6세대 HBM4를 세계 최초로 납품하는 데 성공하며 기술 경쟁력까지 완벽하게 회복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역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배경이다.
◇실질 영업이익 106조원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달성했다고 7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9.3%, 영업이익은 1810.3% 폭증했다. 지난 1분기(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원)와 비교해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56% 급증했다.특히 이번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지난 3년간 영업이익 합산액(82조8700억원)을 한 분기 만에 뛰어넘은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다. 이번 실적에 1·2분기 성과급 17조원이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106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수익성 경쟁에서도 완승했다. 삼성전자가 기록한 영업이익 89조원은 엔비디아의 1분기 영업이익 535억달러(약 82조원)와 애플의 358억달러(약 54조원)를 모두 넘어선 세계 1위 기록이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3분기(3~5월) 영업이익 333억달러(약 51조원)와 비교하면 1.5배 이상 많다.
◇반도체로만 90조원 벌어
역대급 질주의 일등 공신은 반도체(DS)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 매출이 127조원, 영업이익은 90조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사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등에서 발생한 이익 감소와 손실을 반도체 부문이 모두 메우고도 남을 만큼 압도적인 현금을 쓸어 담았다는 의미다. 이는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53조7000억원)과 비교해 한 분기 만에 73.6% 급증한 수치다.이 같은 호실적은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 비중 확대와 범용 메모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맞물린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출하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램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가격 상승의 수혜를 가장 크게 봤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 평균은 4월 16달러에서 지난달 21달러로 두 달 만에 31.25% 급등했다.
◇3분기 파운드리 흑자 전환 기대
시장에선 3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함에 따라 AI 데이터센터용 서버 구축에 필수인 서버용 D램과 HBM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에픽AI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371조원, 내년엔 521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특히 3분기에는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도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3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칩플레이션’ 직격탄 맞은 모바일·가전
모바일·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실적 경고등이 켜졌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모바일과 가전용 부품 가격이 급등하는 칩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영업손실이 1조500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MX 사업부가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처음이다. TV·가전 사업부(VD·DA) 역시 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하반기 갤럭시 언팩 행사를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이 행사에선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Z 플립·폴드8 시리즈와 함께 새로운 폼팩터인 갤럭시Z 폴드8 와이드를 최초로 공개한다.
강해령/김채연/강진규/원종환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