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K푸드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뜻밖의 품목이 눈에 띈다. 참기름이다. 라면, 김치, 과자처럼 K푸드 대표 품목으로 분류되던 제품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집밥 양념장이나 비빔밥에 넣는 조미료 정도로 여겨졌던 참기름이 미국 창고형 매장과 해외 식탁으로 들어가고 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참기름 수출액은 84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전체 농식품 수출을 이끈 라면 수출 증가율 27.9%에는 못 미치지만, 참기름이 독자 품목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작지 않다. 농식품부는 미국 등 주요국 창고형 매장 입점과 샐러드 드레싱 수요 확대가 참기름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참기름의 원료 구조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참기름은 상당수가 수입산 깨를 원료로 쓴다. 국내산 참깨는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가격도 높다. 식품업체들이 대량 생산하는 참기름은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등에서 들여온 참깨를 원료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 참기름’으로 팔린다. 원료의 국적보다 한국식 조리법과 브랜드, 쓰임새가 상품성을 만든다는 얘기다.
라면 한 봉지에 들어가는 밀가루, 팜유, 각종 원료가 모두 국산은 아니다. 다만 해외 소비자는 이를 ‘K라면’으로 인식한다. 매운맛, 국물, 조리 방식, 브랜드 경험이 한국 상품으로 묶이기 때문이다. 참기름도 마찬가지다. 해외 소비자에게 참기름은 단순한 식용유가 아니라 비빔밥, 김밥, 불고기, 잡채, 두부 요리와 연결된 ‘한국식 풍미 오일’이다.
미국 시장에서 참기름이 새 용도를 얻은 것도 수출 증가의 배경이다. 과거에는 한식당이나 아시아 식재료점 중심으로 소비됐다면 이제는 샐러드 드레싱, 채소구이, 저탄수 식단, 비건 요리 등에 쓰이는 조미 오일로 확장되고 있다. 올리브오일처럼 대량으로 쓰는 기름은 아니지만, 마지막에 한두 방울 더해 향을 내는 ‘피니싱 오일’로 자리 잡고 있다. 고소한 향이 강하고 사용량이 적어도 음식의 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해외 창고형 매장은 참기름의 판매 무대를 바꿨다. 아시아 식재료점에 놓였을 때는 교민과 한식 수요층이 주 고객이었다. 창고형 매장에서는 대용량 올리브오일, 아보카도오일, 각종 드레싱과 같은 선반에서 현지 소비자를 만난다. 소비 방식도 달라진다. 비빔밥에 넣는 양념에서 샐러드, 구운 채소, 닭고기 요리에 향을 더하는 오일로 쓰임새가 넓어진다. 한식을 모르는 소비자도 참기름을 ‘고소한 드레싱 재료’로 집어 들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참기름 수출 증가는 K푸드 수출을 보는 기준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K푸드 수출은 라면, 김치, 과자, 음료처럼 완제품 중심으로 설명됐지만 참기름은 조미료와 식재료의 중간에 있는 품목이다. 한식 메뉴가 해외에서 알려질수록 고추장, 된장, 간장, 참기름 같은 ‘부재료’ 수요도 같이 커진다. 한국 음식 한 접시가 팔리면, 그 맛을 집에서 따라 하려는 소비자가 양념과 소스를 찾는 식이다.
다만 참기름 수출 증가를 국내 농가 소득 확대와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원료 참깨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참기름 수출은 국내 참깨 생산 기반 확대라기보다 식품 제조업체의 가공, 배합, 품질 관리, 브랜드 판매 역량이 만든 성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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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