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사업비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나토(NATO) 정상회의 출국 직전인 7월 6~7일경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주전은 한국의 장보고-III(KSS-III) 플랫폼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단판 승부로 압축됐다.
최근 발생한 독일 측의 치명적인 정보 유출 스캔들이 막판 최대 변수로 부각되며 초박빙 접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 獨 설계도 유출 대형 악재…‘파이브 아이즈’ 안보 기류 흔드나
국방 안보 당국과 자본시장(IB)의 시선은 독일 TKMS의 안보 공백으로 쏠렸다.
최근 러시아 연계 해커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독일의 차세대 잠수함 핵심 설계 도면과 소스코드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군사 기밀 유출은 방산 심사에서 탈락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치명적 감점 요인이다. 캐나다는 영미권 최고 기밀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핵심 축이다.
정보 유출에 극도로 민감한 캐나다 국방부가 안보 리스크를 안은 채 독일 플랫폼을 전격 수용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해킹 사태는 기술 점수와 신뢰도 측면에서 독일 측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이 같은 악재를 ‘나토 혈맹론’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일 정부와 TKMS는 캐나다 해군이 전통적으로 북대서양 및 북극권에서 나토 동맹국들과 연합 작전을 수행해 왔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독일에 기종을 맞추면 북극해 작전 통제권과 군수지원 체계를 공유하기 수월하다는 명분이다. 독일 국방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북극권 안보를 책임질 나토 동맹 간의 결속이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라며 캐나다를 압박했다.

◇ 강훈식 “50 대 50 박빙”…‘팀코리아’ 총력전
한화오션을 필두로 HD현대중공업, 현대차그룹 등이 뭉친 ‘팀코리아’는 최대 940억 캐나다 달러(약 94조 원) 규모의 GDP 기여와 연간 2만 2500명의 고용 창출안을 담은 대규모 패키지 카드를 던졌다.
이미 실전 배치돼 검증된 KSS-III를 기반으로 2032년 첫 인도를 확약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이 한국 측이 쥔 가장 강력한 실리적 무기다.
총량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방산업계가 우세를 단정치 않고 팽팽한 백중세를 전망하는 배경에는 캐나다 국방부 내부의 보수적 기류가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하고 돌아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진단도 신중하다.
강 실장은 지난 1일 청와대 기자단 인터뷰에서 “수주 가능성을 스코어로 말하자면 현재 50 대 50 정도 상황”이라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현지 고위급 회담에서 보여준 한국 측의 치밀한 유연성은 상당한 가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당시 강 비서실장은 항공기 연착으로 인해 약속 시각 직전에 겨우 도착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캐나다 장관들이 현지의 흔한 연착 상황을 언급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자, 강 비서실장은 최근 우리 해군의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 1만 4000km를 잠항해 캐나다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정시에 입항했던 성과를 재치 있게 인용했다.
강 비서실장은 회담장에서 “캐나다 서부 해안에 정박 중인 우리 잠수함이 태평양 1만 4000㎞를 잠행해 오면서도 단 한 치의 지연도 없이 ‘on time’(정각에) 도착했으니 다음에는 잠수함을 타고 와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현지의 지리적 이동 제약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한국 잠수함의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과 신뢰성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킨 것이다. 아직 도크에서 건조도 안 된 독일의 '설계도 잠수함'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 대목이기도 하다.
당초 제기됐던 ‘한국·독일 분할 발주’ 가능성은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장관이 공식 부인함에 따라 단일 사업자 낙점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캐나다 정부가 ‘안보 리스크를 진 나토 동맹’과 ‘검증된 실리를 갖춘 아시아 파트너’ 중 어떤 카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60조원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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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