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이상 봉쇄된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린 가운데 국내 해운사 장금상선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전 70억달러(약 10조7000억원)를 투자해 세계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해운사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전쟁 기간 막혀 있던 중동산 원유 운송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해상운임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장금상선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본지 3월 21일자 A11면 참조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르무즈해협 개방 후 장금상선 유조선 십여 척이 해협을 통과했다”며 “중동 전쟁의 최대 수혜자 중 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자 트레이더들이 중동산 원유 대신 급하게 미국과 다른 국가의 원유를 아시아로 실어 나르며 유조선 운임이 뛰었다. 전쟁이 끝나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중동산 원유 운송 수요가 늘어나 유조선 몸값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금상선은 VLCC와 컨테이너선 등을 정유사와 무역업체 등에 빌려주는 회사다. 팬데믹 이후 계열사 장금마리타임을 통해 VLCC 매입을 늘렸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중고 VLCC를 싹쓸이했다. 현재 장금마리타임 등 그룹 계열사들은 원유 운반선을 160척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절반 이상은 VLCC인 것으로 추정된다. 700~800척 정도로 알려진 전 세계 VLCC 시장의 10% 수준이다.
장금상선이 전쟁 전 VLCC를 사들이는 데 쓴 자금의 상당분은 세계 최대 해운사 MSC 창립자인 잔루이지 아폰테 회장이 지원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장금마리타임은 MSC에 지분 50%를 매각한 뒤 회사를 공동 경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MSC는 컨테이너, 장금마리타임은 유조선 사업에 강점이 있는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금마리타임은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사진)의 아들 정가현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장금상선과 계열사들은 전쟁 기간 큰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컨설팅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VLCC의 하루 평균 수익은 38만5000달러(약 5억9500만원)가량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였다.
해상운임도 여전히 높다.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3121.69)보다 117.95포인트 오른 3239.64를 기록했다. 9주 연속 상승세다. 중동 노선 해상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592달러로, 전쟁 발발 전인 2월 말 운임(1327달러)의 3.5배에 육박한다. WSJ는 “해운업계에서는 유조선을 대거 확보한 장금상선이 일부 유조선을 운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상운임을 인위적으로 올리려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