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수면장애가 심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일수록 뇌 노폐물 배출 기능이 낮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주 그리피스대 연구진은 근육통성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ME/CFS) 환자 31명과 건강한 사람 27명 등 총 58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했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집중력 저하와 수면장애 등이 오래 이어지는 질환입니다. 연구진은 뇌의 ‘글림프계’에 주목했습니다. 글림프계는 뇌척수액과 간질액이 뇌 조직 사이를 오가며 대사 노폐물을 씻어내는 일종의 노폐물 청소 시스템입니다. 깨어 있을 때보다 잠자는 동안 더 활발하게 작동합니다.연구진은 글림프계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DTI-ALPS’라는 MRI 지표를 활용했습니다. 뇌혈관 주변 공간을 따라 물 분자가 얼마나 잘 이동하는지를 분석해 뇌 노폐물 배출 기능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글림프계가 상대적으로 잘 작동한다고 봤습니다.
분석 결과 만성피로증후군 환자군의 전체 DTI-ALPS 지표(1.44)는 건강한 대조군(1.51)보다 낮았습니다. 뇌 청소 기능이 떨어져 뇌 속 대사 노폐물이 충분히 배출되지 못하고 쌓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신경염증을 유발하거나 지속시켜 집중력 저하, 이른바 ‘브레인 포그’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19일 신경과학 분야 SCI급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로사이언스’에 게재됐습니다.
다행히 수면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불면증 치료제 시장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자이는 불면증 치료제 ‘데이비고’(성분명 렘보렉산트)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면 개시 또는 수면 유지가 어려운 18세 이상 성인 불면증 환자 치료제로 허가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졸피뎀’ 같은 벤조디아제핀계 또는 비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가 뇌 전반의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방식이라면, 데이비고는 자연스러운 수면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내약성·의존성 측면의 차별화가 기대됩니다.
이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