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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20층에서 40일간 엘리베이터 없이 살아야 한다면?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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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20층에서 40일간 엘리베이터 없이 살아야 한다면?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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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20층에 사는데 엘리베이터가 40일 동안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출근할 때도, 장을 보고 돌아올 때도, 아이가 학교에 갈 때도 매일 계단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노약자와 어린이, 장애인, 임산부에게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일상생활 자체가 막히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강남구 선릉로 일대의 3000가구 대단지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부 동은 옥상으로 옆 라인과 연결돼 있어 다른 라인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집까지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하는 구간은 남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옆 라인으로 이동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동에 사는 고층 입주민은 공사 기간 사실상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단지는 2006년 1월 입주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입주 20년이 가까워지면서 2026년 4월 말부터 엘리베이터 교체 작업에 들어간 것입니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승강기 교체는 언젠가 해야 할 일입니다. 문제는 교체 자체가 아니라 교체 기간에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입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욱 심각합니다. 20층을 걸어 올라가는 일은 단순한 운동이 아닙니다. 땀을 흘리며 계단을 오르는 일이 아니라 고령자에게는 낙상 위험이 되고, 어린이에게는 통학 부담이 되며, 몸이 불편한 주민에게는 외출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노약자에게 공사 기간에 자녀 집이나 다른 거처에 머무는 방안을 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고, 직장인은 출근해야 합니다. 누구나 40일 동안 집을 비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는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여전히 복도식 아파트가 많습니다. 복도식 아파트는 한 층에 여러 가구가 길게 배치돼 있어 구조에 따라 임시 동선 마련이 상대적으로 쉬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층 복도식 아파트라도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상층부 주민의 불편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계단식 아파트는 더 복잡합니다. 최근 아파트는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면서 한 라인에 2가구 정도만 엘리베이터를 함께 쓰는 구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는 평소에는 장점입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교체 시기가 되면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옥상이나 공용부를 통해 옆 라인으로 이동할 수 없다면 대체 동선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성동구 성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옥상부가 박공지붕 형태로 조성돼 옆 라인으로 이동하기 어려웠고, 고층 입주민이 공사 기간에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지금 지어지는 고급 계단식 아파트도 20년, 30년 뒤에는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의 고밀 아파트 문제도 함께 봐야 합니다. 1990년 이후 준공된 공동주택 가운데 용적률 300% 이상인 단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단지는 이미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탓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대수선으로 버티는 단지가 늘어날 것입니다. 외벽, 배관, 주차장, 소방시설, 승강기 등을 단계적으로 고쳐 쓰는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엘리베이터는 주민 생활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배관 교체나 외벽 보수는 불편을 감수하며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고층 주거 자체가 흔들립니다. 아파트가 20층, 30층으로 올라간 시대에 엘리베이터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닙니다. 고층 주거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엘리베이터 교체를 개별 단지의 관리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표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사 기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여름철과 겨울철 교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어떤 이동 지원을 할 것인지, 응급 상황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 정해야 합니다.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에는 임시 승강설비 설치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쓰는 호이스트처럼 외부 임시 승강설비를 공용 복도와 연결해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입주민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구조 안전, 소방, 피난, 관리 책임, 비용 부담 문제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반복될 불편을 막기 어렵습니다.

    계단식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옥상 연결 통로가 없는 단지는 장기적으로 비상 이동 동선을 확보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새로 짓는 아파트라면 엘리베이터 교체 시기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멋진 외관과 프라이버시가 중요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년 뒤 엘리베이터가 멈췄을 때 30층 입주민이 계단을 걸어 다녀야 한다면 그 설계는 과연 좋은 설계라고 할 수 있을까요.



    관리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무조건 교체할 것인지, 주요 부품 교체로 얼마나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지, 교체 시기를 분산할 수 있는지, 검사와 유지보수 정보를 입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40일 동안 계단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노후 아파트 문제는 재건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는 계속 고쳐 써야 합니다. 고쳐 쓰는 시대에는 승강기, 배관, 소방, 전기, 주차장 같은 생활 인프라가 주거의 질을 결정합니다. 지금까지는 새 아파트를 얼마나 많이 공급할 것인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오래된 아파트를 어떻게 안전하고 불편 없이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한 주거정책이 됩니다.

    엘리베이터 대란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후 고층 아파트가 늘어나고,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쉽지 않은 단지가 많아질수록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20층을 40일 동안 걸어 다니는 일이 특정 단지의 불편한 사례로 끝날지, 서울 고층 주거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번질지는 지금부터 어떤 대책을 마련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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