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진짜 좋네요!" 지난 5일 제주에서 열린 '미니런'(MINI RUN) 행사에서 막힘없이 쭉 뻗은 도로 구간을 달리던 중 이런 탄성이 흘러나왔다. 미니(MINI) 동호인의 행사인 미니런은 20년간 이어졌지만, 전기차 오너가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탄 전기차는 디 올 일렉트릭 미니 JCW. 미니 중에서도 특히 '고카트 필링'을 지향하는 고성능 JCW의 순수 전기 모델이다. 이날 탄 디 올 일렉트릭 미니 JCW는 미니 특유의 고카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체가 단단해 방지턱을 넘을 때 통통 튀는 느낌이 짜릿하다. 게다가 전기차답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쭉쭉 나간다. 즉각적인 가속력은 운전하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 차는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35.7㎏f·m다.

"충전 불편하다"는 옛말...인프라 편의성 좋아졌다
미니런을 전기차로 달리면서 가장 걱정한 부분은 충전이다. 3박 4일간 달려야 하는 거리는 약 514㎞. 고성능차를 타고 장거리를 달리기 때문에 충전이 잦을 것이란 생각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디 올 일렉트릭 미니 JCW의 1회 충전 거리는 약 300㎞. 다만 계기판에는 100%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325㎞로 표시됐다. 인증된 거리보다 다소 여유 있는 수치다. 10~80%까지 급속으로 충전하는 데 약 30분 걸린다.하지만 걱정과 달리 하루에 한 번만 충전해도 종일 운전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첫날에는 배에 싣기 위해 배터리를 50% 이하인 약 35%까지 떨어뜨렸기 때문에 제주에 도착해서는 약 8500원을 들여 80%까지 한 번 충전했다. 급속 충전기도 생각보다 곳곳에 많았다.
총 130㎞를 달려야 하는 일정이었던 셋째날 '런 데이'에는 전날 저녁 숙소에서 100% 완전 충전한 뒤 한 번도 충전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남은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다음달 배터리 용량을 50% 이하로 맞춰 선적해야 하는 일정을 고려해 저녁에는 충전하지 않았다. 다음날 서귀포 숙소에서 약 50㎞를 달려 약 42%로 배터리 용량을 맞춰 배에 실었다.

되레 불편한 것은 전기차를 배에 선적할 때 배터리 용량을 50% 이하로 맞춰야 한다는 규제였다. 이 수치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배터리 용량을 줄여야 했다. 이 때문에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달리거나, 액셀을 세게 밟거나, 에어컨 세기를 일부러 높이는 등 배터리를 닳게 하기 위해 온갖 수를 써야 했다. 더욱이 일부러 떨어뜨려놓은 배터리 용량 때문에 목포에서 다시 서울로 이동해야 할 때는 되레 배터리가 부족해 2%를 남겨두고 중간에 휴게소를 겨우 찾아 충전했다.

"전기차 캐즘 끝났다"...미니도 전기차가 대세
최근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거의 끝났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L당 휘발유 가격이 2000원 이상인 고유가 기조 속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발전하고 과충전 방지 등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전기차 구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대체로 낮아졌다는 얘기다.일례로 미니 또한 전기차가 대세다. 미니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전 세계 순수 전기차 판매 10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88% 증가한 수준. 지난해 미니코리아 전체 판매 실적 7990대 중 약 24%가 전기차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미니 4대 중 1대는 전기차라는 얘기다.

미니 1세대 전기차로 미니런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1회 충전 거리가 약 150㎞밖에 되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며 "물론 고속도로에서는 주행거리가 줄었지만, 제주에서는 하루에 한두 번 충전했다. 회생 제동 덕분에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름값 대비 저렴한 충전 비용도 전기차 구매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내연기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있는 한 차주는 "대구가 본가라서 한 달에 한 번씩 다녀오는데, 내연기관으로 운행 시 왕복 약 10만원의 기름값이 나오던 거리였는데, 전기차를 빌려 한번 다녀오는 데 2만원밖에 들지 않았다"며 "다음 차는 무조건 전기차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전기차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9% 증가한 3만2785대다. 이는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3만1808대)을 넘어선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기조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을 '뉴 노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