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용적률 인센티브는 공짜가 아니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공짜가 아니다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 노후 건물 두 곳의 개발안이 최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를 통과했다. 역삼동 702-24번지 일대에는 관광숙박시설이, 대치동 890-16·20번지 일대에는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겉으로 보면 익숙한 개발 소식이다. 강남 핵심 입지의 낡은 건물이 고층 호텔과 오피스빌딩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서울시가 테헤란로의 업무 기능과 관광숙박 인프라를 확충하려 한다는 설명도 크게 새롭지는 않다. 이미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과 각종 심의를 통해 민간 개발에 도시 기능 보완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번 사례를 단순한 강남 개발 뉴스로만 보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꼬마빌딩 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높이 지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그 높이를 얻기 위해 무엇을 내놓아야 하느냐”, “그 비용을 반영하고도 안정적인 순영업소득(NOI·Net Operating Income)을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공짜가 아니다.


    도시가 원하는 기능을 채울 때 인센티브가 열린다

    역삼동 702-24번지 일대는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 테헤란로 이면부에 있다. 대지면적은 약 522㎡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작은 땅이다. 그러나 건축계획안은 지상 25층, 지하 3층 규모의 관광숙박시설을 제시했다.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 등을 통해 약 1159% 수준의 고밀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숫자만 보면 작은 부지도 고밀개발이 가능하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례의 핵심은 용적률 숫자가 아니다. 이 부지가 관광숙박시설로 계획됐다는 점이다.

    테헤란로 일대는 업무시설이 밀집한 강남의 대표적 비즈니스 축이다. 국내외 출장객, 외국인 관광객, MICE 수요, 강남권 업무 방문 수요가 겹치는 지역이다. 서울시는 이 지역에 관광숙박 기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봤고, 민간 개발은 그 도시 기능을 채우는 방식으로 제안됐다.




    대치동 890-16·20번지 일대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지상 24층, 지하 9층 규모의 업무시설이 계획됐다. 저층부에는 전시장과 회의실 등 가로활성화 시설이 배치되고, 상층부에는 업무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선릉·역삼 일대 업무 기능을 확충하고, 삼성동 국제업무·MICE 개발과 연계해 테헤란로 비즈니스 축을 강화하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이 두 사례는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서울 도심의 개발은 더 이상 “낡았으니 새로 짓는다”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시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민간 개발이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관광숙박시설, 업무시설, 가로활성화 시설, 공개공지, 보행공간, 기반시설 정비는 모두 그 맥락 안에 있다.

    용적률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최유효이용이다

    상업용 부동산 분석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최유효이용이다. 해당 부동산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물리적으로 가능하며, 재무적으로 타당하고,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용 방식을 찾는 일이다.

    테헤란로 사례도 최유효이용 관점에서 봐야 한다.

    역삼동 부지는 단순히 “작은 땅에 고층 건물을 올렸다”는 사례가 아니다. 그 입지에서 관광숙박시설이 시장 수요와 도시 기능에 맞는지, 저층부 가로활성화 시설과 상층부 숙박시설의 조합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지, 고밀개발에 따른 초기 투자비(CapEx·Capital Expenditures)를 감당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대치동 업무시설도 마찬가지다. 업무시설은 테헤란로라는 입지와 잘 맞는다. 그러나 업무시설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임차 수요, 층별 면적, 전용률, 주차, 엘리베이터, 공용부 구성, 임대료 수준, 공실 리스크를 모두 따져야 한다. 특히 대형 업무시설일수록 단순 연면적보다 실제 임대 가능한 유효 면적과 NOI가 중요하다.

    부동산 투자는 면적을 늘리는 게임이 아니다.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일이다.

    꼬마빌딩 투자자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내 건물에 더 지을 수 있는 면적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 면적이 어떤 임차인을 담을 수 있는지, 그 임차인이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지, 공실과 운영비를 감안하고도 순영업소득(NOI)이 늘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용적률은 가능성을 보여줄 뿐이다. 가치를 만드는 것은 그 면적을 시장이 받아주는 방식이다.

    인센티브에는 비용이 따라온다

    이번 심의에서는 도로, 교통, 하수 등 기반시설의 충분 여부가 함께 검토됐다. 역삼동 관광숙박시설은 도심 내 부족한 휴게·녹지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공개공지를 추가로 설치하고, 주변 노후 하수관로를 정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치동 업무시설도 이면도로 보도 설치, 공개공지 접근성 개선, 녹지·휴게공간 제공, 노후 하수관로 정비 등이 함께 계획됐다.

    이런 조건은 도시 입장에서는 필요하다. 고밀개발이 이뤄지면 보행량이 늘고, 차량과 물류 수요가 증가하며, 하수와 배수 부담도 커진다.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시설 검토는 당연한 절차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두 비용이다.

    공개공지는 임대 가능한 면적 일부를 줄일 수 있다. 보행공간 확보는 대지 활용 방식을 바꾼다. 하수관로 정비와 기반시설 보완은 직접 또는 간접 비용으로 돌아온다. 가로활성화 시설은 임대전략을 제한할 수도 있다. 도시가 요구하는 기능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설계비, 공사비, 운영비가 증가할 수 있다.

    초기 투자비(CapEx)는 단순 공사비만 뜻하지 않는다. 토지 매입비, 설계비, 인허가 비용, 철거비, 금융비용, 공공기여 부담, 임대 안정화 기간 동안의 비용까지 포함해 봐야 한다. 용적률 인센티브로 연면적이 늘어나도 CapEx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 투자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용적률 인센티브는 혜택이면서 동시에 숙제다.

    더 지을 수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더 지은 면적이 추가 비용을 넘어서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느냐이다. 이것을 검증하지 않으면 고밀개발은 수익성 개선이 아니라 비용 확대가 될 수 있다.

    가로활성화 시설은 장식이 아니다

    이번 사례에서 저층부 계획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역삼동 관광숙박시설에는 개방형 라운지 등 가로활성화 시설이 들어간다. 대치동 업무시설에는 전시장과 회의실 등 협업과 교류 기능을 가진 공간이 배치된다.

    이런 시설은 단순히 심의를 통과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제대로 설계되면 자산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상업용 부동산에서 1층과 저층부는 건물의 얼굴이다. 보행자와 처음 만나는 공간이고, 상권과 건물을 연결하는 접점이다. 저층부가 닫힌 로비와 주차장 진입부로만 구성되면 건물은 도시와 단절된다. 반대로 저층부가 잘 열려 있으면 건물은 주변 보행 흐름을 흡수하고, 상권과 연결되며, 임차인의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다.

    물론 모든 가로활성화 시설이 수익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공개성, 접근성, 운영시간, 임대료 수준, 관리 책임을 함께 따져야 한다. 하지만 이제 도심 개발에서 저층부 운영은 선택이 아니라 핵심 전략에 가깝다.

    꼬마빌딩도 마찬가지다. 1층을 어떤 업종으로 채울 것인가, 로비와 계단·엘리베이터 동선을 어떻게 짤 것인가, 보행자에게 건물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가 자산가치에 영향을 준다. 단순히 가장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임차인을 넣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건물 전체의 임대 안정성과 브랜드, 상권 기여도를 함께 봐야 한다.

    좋은 MD는 임대료가 높은 업종을 모아놓는 일이 아니다. 건물의 입지, 동선, 층별 특성, 주변 수요, 운영 리스크를 종합해 순영업소득(NOI)을 안정화하는 일이다.

    희소한 입지를 기다리는 것과 묻지마 투자는 다르다

    테헤란로는 희소한 입지다. 강남 업무지구의 중심축이고, 기업 수요와 교통 접근성, 상권 밀도가 모두 높은 곳이다. 이런 입지의 가치를 알아보고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의 판단을 투기라고 부를 수는 없다. 희소한 입지를 남보다 먼저 발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드러나는 과정을 기다리는 것은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안목이다.

    문제는 분석 없는 추격 매수다.

    “강남이니까”, “테헤란로니까”, “용적률이 높아졌으니까”,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기대만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시장 수요, 최유효이용, NOI, CapEx, 인허가 조건, 임대전략, 출구전략을 따지지 않고 가격 상승 기대에만 의존한다면 그것은 투자라기보다 투기적 거래에 가까워진다.

    투자와 투기적 거래의 차이는 가격이 올랐느냐에 있지 않다. 그 자산이 보유 기간 동안 더 나은 쓰임을 갖게 됐는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었는지,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공급했는지에 있다.

    테헤란로 사례는 이 차이를 잘 보여준다. 낡은 건물을 그냥 보유하고 있는 것과, 도시가 필요로 하는 관광숙박·업무 기능으로 재설계하는 것은 다르다. 후자는 자산가치뿐 아니라 도시 기능, 고용, 상권, 보행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쓰임을 바꾸고, 기업과 사람을 끌어들이며, 지역 상권과 도시 기능을 개선할 때 부동산은 생산적인 자산이 된다.

    꼬마빌딩 밸류업은 숫자보다 구조다

    이번 테헤란로 사례는 대규모 고밀개발처럼 보이지만, 꼬마빌딩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앞으로의 밸류업은 건물을 예쁘게 고치는 일이 아니다. 용적률을 더 받는 일만도 아니다. 시장이 원하는 수요를 찾고, 그 수요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안정적인 NOI로 이어지도록 운영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여기에 CapEx와 금융비용, 인허가 리스크, 공공기여 부담, 임대 안정화 기간, 출구전략까지 맞아야 비로소 투자라고 부를 수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분명 기회다. 그러나 그 기회를 수익으로 바꾸려면 계산이 필요하다. 도시가 요구하는 기능을 담아내면서도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센티브는 장부상의 숫자로만 남는다.

    테헤란로 노후 건물 개발이 꼬마빌딩 투자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얼마나 더 지을 수 있는가.
    그보다 먼저, 무엇을 지어야 하는가.
    그 용도는 시장 수요와 맞는가.
    그 면적은 NOI로 전환되는가.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CapEx는 회수 가능한가.
    그리고 그 개발은 도시와 지역사회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용적률 인센티브는 진짜 가치가 된다.

    좋은 입지와 좋은 투자는 같은 말이 아니다. 좋은 입지 위에 좋은 구조를 얹어야 좋은 투자가 된다. 테헤란로 사례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공짜가 아니다. 도시가 요구하는 기능과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때 비로소 자산가치로 전환된다. 앞으로의 꼬마빌딩 밸류업은 그 균형을 읽고 설계하는 사람에게 열릴 것이다.

    한경닷컴 천우석 부장(CCIM) /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