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특별한 날, 품에 안긴 새 장난감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시절이 있다. 장난감은 모두의 유년기를 온전히 지켜주던 가장 무해한 ‘친구’였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던 동반자와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멀어지기 마련이다. 자식이 둥지를 떠날 때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을 뜻하는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침대 밑 상자 구석에 홀로 남겨진 장난감에 영혼이 있다면 비슷한 쓸쓸함을 삼키지 않았을까.
이번주 개봉한 디즈니·픽사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주인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장난감의 세계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인간의 시선이 사라지는 순간 살아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은 아련한 동심을 자극한다.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이 흥미로운 상상 속 세계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월트 디즈니 월드에 있는 ‘라운드업 로데오 바비큐(Roundup Rodeo BBQ)’는 철저히 장난감의 관점으로 설계된 마법 같은 식당이다.
어른도 동심의 세계로
“세상에 상상력이 남아 있는 한 디즈니랜드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창립자 월트 디즈니의 말처럼 디즈니는 해가 지지 않는 테마파크 왕국으로 발전했다. 그중에서도 ‘토이 스토리’는 전 세계에 단일 테마 랜드 네 곳과 호텔 두 곳을 거느릴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특히 월트 디즈니 월드 내 ‘디즈니 할리우드 스튜디오’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토이 스토리 랜드’가 있다. 장난감 주인 앤디가 집 뒷마당에 놀이터를 꾸며놓았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모든 오브제가 장난감 눈높이에 맞춰 큼직하게 제작됐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도 자연스레 장난감의 시야로 들어간다. 카우보이 우디를 가장 좋아하는 앤디가 뒷마당에 만든 웨스턴 로데오 경기장, 이곳이 라운드업 로데오 바비큐다.
손님을 안내하는 첫 장면부터 익살스럽다. 거대한 인형 뽑기 기계가 선택한 장난감(손님)은 순서대로 경기장에 초대된다. 입장할 준비가 되면 직원이 환영 인사와 함께 장난감 목마를 나눠준다. 그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카우보이처럼 ‘다그닥 다그닥’ 달리며 이동해야 한다. 나이 지긋한 어른조차 단숨에 여덟 살 꼬마로 되돌려놓는 디즈니만의 유쾌한 주문이다.

메뉴는 두툼한 메인 바비큐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사이드가 식탁을 채우는 패밀리 스타일 뷔페다. 서버가 음식을 가져다주고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리필해 준다. 각 메뉴에도 영화 속 캐릭터의 서사가 담겨 있다. 영화 2편에서 ‘광부 아저씨’가 구웠다는 설정의 체다 비스킷은 고소한 맛으로, 갓 구워낸 따뜻함이 미각을 깨운다. ‘펭귄 위지의 과일 샐러드’는 수박과 민트맛이 새콤달콤하게 어우러지고, 미국 초등학생의 소울푸드인 맛감자 튀김(tater tots)을 재해석한 ‘포테이토 배럴’은 아련한 추억의 맛을 선사한다.
메인 바비큐는 ‘사악한 꿀꿀이 박사의 폭립’ ‘버터컵의 소고기 브리스킷’ ‘내 부츠 속에 소시지가 들어있다’ 등 흥미로운 이름의 메뉴로 구성됐다. 우디의 극중 시그니처 대사(‘내 부츠 속에 뱀이 들어있다’)에서 착안해 뱀처럼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있는 소시지를 표현한 재치가 돋보인다. 바비큐는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풍미다. 디저트로 제공되는 ‘컵케이크 알 라 포키’ 위에는 포크 인형 ‘포키’가 올라앉아 있는데, 제각기 표정을 다르게 만든 디테일이 숨은그림찾기 같은 재미를 준다.
주인이 나타나면 ‘얼음 땡’
식사를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녹색 군인 장난감의 절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앤디가 오고 있다! 3, 2, 1!” 경기장 안의 모든 손님은 ‘장난감’이기에, 주인이 나타나면 멈춰야 한다. 앤디의 목소리가 식당에 울려 퍼지는 동안 어른도 아이도 식사를 멈추고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얼음’이 된다. 공간의 세계관에 모두가 완벽히 동화돼 즐기는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1995년 ‘토이 스토리 1’을 보고 자란 아이가 30년이 흘러 어느덧 자녀와 함께 5편을 즐기는 부모가 됐다. 장난감과 우정을 쌓아가는 어린 시절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가끔 둥지로 돌아올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처럼, 라운드업 로데오 바비큐는 멈춰버린 어른의 동심이 살아나길 기다리는 곳이다. 인간에게 상상력이 남아 있는 한 장난감은 영원한 친구니까.
류재도 파크앤비욘드 크리에이티브 이사(Wave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