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 사건의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 두 회사에서 총 36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공정위, 배민·쿠팡이츠 3600억원 상생안 거절
18일 공정위는 5월 27일, 6월 10일 전원회의를 열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사건 심의를 통해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동의의결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를 해당 기업이 직접 시정하는 제도다. 대신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위법성을 따지지 않는 게 핵심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법적 절차를 거쳐 과징금 등 제재 여부를 확정하는 절차와 비교해 피해자가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달의민족은 5월 7일 최혜대우 요구 건, 자사 배민배달 서비스 우대 행위 건, 배달예상시간 부당광고 건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쿠팡은 4월 9일 최혜대우 요구 건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두 차례 전원회의 심의 결과 신청인들의 신청 내용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경쟁제한 효과가 현저하다는 점,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신속히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제시된 시정방안만으로 경쟁질서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다.
예상 과징금 규모는 우아한형제들 3개 사건 합산 약 2390억~5100억원, 쿠팡 최혜대우 요구 건 약 250억~42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입점 매장과의 상생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동의의결 안을 제출했다"며 "향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시장 경쟁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쉽다"라며 "그럼에도 상생과 동반성장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앞으로도 업주분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업주와 고객,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지원 필요한 소상공인들 어쩌나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상생안 제시에도 동의의결안이 확정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우아한형제들은 동의의결 신청 과정에서 거래질서 시정방안과 총 3000억원 규모의 3년간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쿠팡에서는 거래질서 시정방안과 입점업체 재정지원 등 총 600억원 규모를 4년간 지원하는 방안을 꺼냈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이 제시한 동의의결 상생지원 규모는 과거 동의의결안이 확정된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비 지원, 영세업주 부담 완화, 업점업주 대상 쿠폰 비용 지원 등 다양한 상생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 공정위가 밝힌 쿠팡이츠 최혜대우 협의에 대한 최대 과징금 42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규모의 상생안을 제출하며 적극적인 상생 의지를 보였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과거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확정한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결정은 대조된다. 국내 첫 동의의결 사례인 2014년 네이버 검색 독점력 남용 관련 동의의결 건에서 회사 측은 1000억 원의 상생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2021년에는 애플이 통신 3사와 판매대리점에 광고비, 아이폰 무상수리비용, 대리점 판매대 설치비용, 신제품 출시 행사비 등을 떠넘긴 문제를 지적받자 1000억원의 상생안을 발표해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안 없는 규제를 정해놓고 외식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얻는 것 없이 공회전 반복 할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된다"라며 "입점 업체로 돌아갈 수 있는 배민+쿠팡이츠 약 3600억 규모 상생자금은 결국 0원이 되고 과징금으로 국가로 귀속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