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Fed)이 케빈 워시 의장 체제하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정책 경로를 제시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강력한 충격파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기대 속에서 발탁된 워시 의장이 첫 무대에서 오히려 긴축의 칼날을 세우며 반전의 선언을 한 셈이다.
Fed는 6월 17일(현지 시간)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함께 공개된 점도표는 긴축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위원 18명 중 절반인 9명이 연내 최소 1회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한 반면,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단 1명에 그쳤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 역시 기존 3.4%에서 3.8%로 상향 조정됐다.
Fed의 매파적 선회의 배경은 고개를 드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수요 압력으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 중간값은 기존 2.7%에서 3.6%로 급등했다. 워시 의장은 “반드시 물가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며 강력한 물가 잡기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FOMC에서 Fed의 소통 방식과 운영 전반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워시 의장은 성명서에서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던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를 통째로 삭제했다.
성명서 분량 또한 불필요한 해석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의 절반 이하인 130단어 수준으로 축소했다. 특히 워시 의장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이번 점도표에 의장인 자신의 금리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는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아울러 물가 대응 체계, 대차대조표 운용 등을 점검할 5개 영역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Fed 대개혁의 서막을 알렸다.
한편 전임 제롬 파월 의장 체제하에서 Fed에 끊임없이 금리인하를 압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상관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데 대해서는 “믿기는 어렵지만 그럴 수 있다”며 “(금리인상은) 경제를 침체시킬 뿐이다. 지금 (Fed에) 아주 좋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