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주범'은 결국 유동성이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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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주범'은 결국 유동성이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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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을 좌우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수요가 늘어나면 집값이 오르게 된다. 반대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지면 집값은 내리게 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수요와 공급이 정체된 상태라도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시중에 흘러 다니는 돈이 늘어나 유동성이 증가할 때다. 정확하게는 집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실물 자산이 오른다.


    현재는 통화량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을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광의의 통화량(M2)은 10.3% 늘어났다.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20년간 평균치인 7.7%를 크게 뛰어넘는 증가 속도다.

    다음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10여 년간 세 차례에 걸쳐 통화량 폭증 현상을 겪었다.




    1차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 시기였던 2013년 8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년 1개월간 18.1%인 341조원이 늘어났다. 이 시기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7.3% 상승했다.

    2차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 시기였던 2017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4년 4개월간 45.6%인 1134조원이 늘어났다. 1차 시기보다 상승 기간도 두 배 이상이고 증가폭도 세 배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집값에 끼친 영향도 대단했다. 이 시기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무려 35.9%나 상승했다.

    통화량 급증기 3차 진입
    이번 통화량 급증기는 3차 시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바닥이었던 2023년 6월부터 2026년 4월까지 2년 10개월 동안 23.0%인 876조원이 늘어났다. 1차 시기보다는 상승 기간이나 증가폭이 크지만 역대급 집값 상승기를 불러왔던 2차 시기보다는 상승 기간도 짧고 증가폭도 적은 편이다.

    문제는 3차 시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간의 문제이지 상승 기간이나 증가폭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5월부터 추세가 꺾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물가상승률 추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 두 달 전 자료를 발표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전달 자료를 발표한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2.2% 증가에 그쳤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월에는 2.6%에 이어 5월에는 3.1%로 크게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크게 오른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브렌트유 평균 가격 기준으로 보면 3월이 118달러, 4월이 114달러, 5월이 104달러로 점점 안정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가 때문에 5월의 물가상승률이 3월이나 4월에 비해 높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결국 5월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돈 가치 하락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다시 말해 4월에 비해 5월에는 통화량이 더 많이 풀렸기 때문에 물가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돈이 풀리는 속도가 과거보다 빠르다는 것도 문제다. 1차 시기 때는 월평균 13.7조원, 2차 시기 때는 21.8조원이 풀린 것에 비해 이번 3차 시기 때는 25.8조원이 풀리고 있다. 과거보다 ‘화끈하게’ 시중에 돈이 풀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금 풀고 수출기업 돈 들여와
    일반적으로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중앙은행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은행에서 직접적으로 돈을 공급하는 경우다. 기준금리를 인하하여 대출 증가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고 양적완화를 통해 본원통화를 증가시키는 방법도 있다. 미국 FRB처럼 국채를 매입하여 시중에 현금을 직접적으로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현재 통화량이 늘어나는 이유로 한국은행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볼 증거나 이유도 없다.

    은행 대출이 증가할 때도 통화량이 늘어난다. 은행이 1억원을 대출해 주면 돈을 빌리는 차주의 입장에서는 계좌에 1억원의 예금이 생기게 되므로 이것이 통화량(M2)으로 잡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대출이 많이 늘어나면 통화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의 영향도 받는다. 정부에서 경기부양금을 지급하거나 공공사업을 확대하는 경우, 또는 공무원 인건비를 늘리는 경우에는 정부가 지출한 돈이 민간 예금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통화량이 증가한다. 4월 말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규모가 4조8000억원 정도나 되는데 이런 자금이 통화량 증가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돈이 유입돼도 통화량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출을 해서 달러를 많이 벌었다고 하면, 종업원들에게 보너스나 PS(profit sharing)의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기 위해 은행에서 한국 돈으로 환전하게 된다. 그러면 한국은행이 외환을 매입하고 원화를 공급하게 되어 통화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클 때 통화량도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처럼 여러 경로를 통해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는 은행 신용대출을 통한 주식투자 규모의 증가, 고유가 피해 지원금 등 정부의 직접적인 현금 살포, 수출 기업의 실적 호조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통화량 증가가 단기 바닥을 찍었던 2013년, 2017년에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0.3%와 1.3% 상승에 그쳤다. 심지어 전년 대비 통화량 증가가 역대 최저를 기록한 2023년의 경우에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년 대비 6.7% 하락을 보였다.

    이에 반해 전년 대비 통화량 증가가 정점을 찍었던 2015년에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5.1% 상승되었다. 2014년과 2016년의 상승률이 2.4%와 1.5%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2015년의 5.1% 상승은 2~3배의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통화량 증가의 위력을 알 수 있다.

    2021년 전후는 더 극적이다. 2021년에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20.2%나 상승되었다. 2020년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9.6%였는데 2021년에는 두 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통화량 증가율이 낮아진 2022년에는 집값이 오히려 하락(-3.1%)했다. 통화량 증가율과 집값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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