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부지로 경북 영덕군을, 국내 첫 상용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각각 최종 선정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 신규원전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1.4기가와트(GW)급 신규 대형 원전 2기의 후보 부지로 영덕군을 확정했다. 아울러 국내 첫 상용 SMR 건설 후보지로는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
영덕군은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대 총 324만㎡ 규모의 부지를 제안했다. 이는 이번 공모에 필요한 면적(104만1천㎡)의 3배가 넘는 규모로, 정부가 계획한 대형 원전 2기를 건설한 이후에도 추가 원전 2기 수준을 더 수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영덕은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천지원전 건설 예정지로 지정됐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부지 매입과 지질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이 상당 부분 진행됐던 만큼 신규 부지 발굴보다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수용성도 높은 편이다. 영덕군이 올해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18%가 신규 원전 유치에 찬성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지방재정 확충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SMR 후보지로 선정된 부산 기장은 국내 최대 원전 단지인 고리원전이 위치한 지역이다. 원전 운영 경험과 송전망, 관련 산업 생태계가 이미 구축돼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원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신규 입지 개발 부담을 줄이고, 향후 국내 SMR 실증과 상용화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향후 환경영향평가와 발전사업 허가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규 대형 원전은 2037~2038년 준공을, SMR은 2035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다만 원전 확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원전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동남권 원전 밀집 심화와 송전망 확충 부담, 재생에너지와의 조화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