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포함)이 올해 초 발간한 ‘기업의 AI 활용 현황(State of AI in the Enterprise) 2026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통한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는 기업은 74%였지만 실제로 달성한 곳은 20%에 그쳤다. 사업 모델 자체를 AI 중심으로 전환한 기업은 34%였고, 나머지 상당수는 기존 업무 흐름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AI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에 머물렀다. 경영 컨설팅 및 종합 서비스 펌 딜로이트는 이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고, 기업들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을까. IDC 마켓스페이스 ‘글로벌 AI 서비스 부문’에서 4년 연속 리더로 선정된 딜로이트의 AI 전환 전략을 들여다봤다.AI 전문 조직 One AI 출범부터 자체 에이전트 플랫폼 Zora AI까지…“컨설팅과 구현, 한 지붕 아래”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지난해 7월 회계감사·세무·경영자문·컨설팅 전 사업부문의 AI 전문가를 하나로 묶은 전사 통합 AI 서비스 조직 'One AI'를 출범시켰다. AI 전략을 설계하는 컨설팅 조직과 이를 구현하는 기술 조직이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은 시장 구조에서, AI 진단과 전략·로드맵 수립, 거버넌스·리스크 관리 설계에서 출발해 데이터·AI 모델링과 AI 에이전트(자율 실행형 AI) 설계·구축, 나아가 AI 운영·유지보수와 인프라 운영에 이르기까지 AI 도입의 전 생애주기를 단일 조직에서 처리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통합 조직 구성 외에도 딜로이트 글로벌이 엔비디아와 공동개발한 AI 에이전트 플랫폼 '조라AI(Zora AI)’을 활용한 서비스 오퍼링 확대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재무·조달·인사·마케팅 등 전사 도메인을 아우르는 멀티 에이전트 구조로 설계됐으며, 엔비디아 프레임워크 기반에 도메인별 사전 학습 모델을 적용해 현업 적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IT 기업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는 ‘Zora AI for Finance’를 도입해 재무제표 분석, 시나리오 모델링 등에 활용하며 보고서 작성 시간을 50%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운용 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리테일 마케팅까지…딜로이트 글로벌 AI 솔루션 라인업
딜로이트는 글로벌 산업별 특화 AI 솔루션도 운영한다. 기술 기반 전환을 위한 통합 플랫폼 ‘Deloitte Ascend’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코딩·테스팅·문서화 작업에 AI를 결합한 AI DevOps(개발·운영 통합) 도구 ‘AI Assist’ ▲리테일 기업을 위한 마케팅 콘텐츠 고속 생성 솔루션 ‘CreativEdge’ ▲미디어 콘텐츠 제작·배포 워크플로우 자동화 솔루션 ‘m//suite’ ▲소비자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마케팅·영업·서비스 간 개인화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Converge Consumer’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계열사 딜로이트 커뮤니케이션즈가 ▲ 소셜미디어 경쟁사 비교 분석을 위한 ‘소셜렌즈(Social Lens)’ ▲ 언론 보도 흐름 진단 및 분석을 위한 ‘미디어렌즈(Media Lens)’ ▲ 주가·뉴스·공시 상관관계 분석 기반 IR 전략 지원을 위한 ‘마켓렌즈(Market Lens)’ 등 AI 기반 분석 솔루션을 개발·도입하는 등 다양한 산업과 업무 영역에 걸쳐 AI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공장…피지컬 AI, 현장 진입 단계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올해 주목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피지컬 AI다. 그룹이 올해 3월 발간한 ‘Physical AI 도입을 통한 차세대 제조 경쟁력 확보 방안’에 따르면, 피지컬 AI는 AI·센서·로보틱스를 결합해 기계가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며 동작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도입의 임계점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기업의 58%가 피지컬 AI를 제한적 수준 이상 활용 중이며, 2년 내에는 피지컬 AI를 어떤 형태로든 활용하는 기업 비율이 8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내 피지컬 AI가 조직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도 현재 5%에 불과하지만, 3년 내에는 그 비율이 4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 컨설팅 부문은 피지컬 AI 전담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Vision AI와 로봇 제어 기술을 융합한 독자적 구현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수의 현장 실증도 완료한 상태다. 도축장 CCTV 영상으로 동물 이상 행동을 실시간 감지하는 시스템, 컴퓨터 비전과 AI로 뇌 영상 분석을 자동화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한 사례, 리테일 매장 영상 분석으로 고객 행동 패턴을 파악해 운영을 최적화한 사례 등 다수의 현장 실증을 완료했다.
특히 제조 현장에서는 조립 공정 자동화 개념검증(PoC)을 진행했다. 기존 단순·반복 작업에 국한됐던 로봇 활용의 한계를 넘어, Vision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융합해 비정형 공정과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 공정까지 로봇 자동화를 구현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이번 PoC를 통해 실제 생산 현장의 다양한 변수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로봇이 높은 정확도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로봇·센서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산업별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전략과 실행 잇는 AI 전환 해법…딜로이트 커넥트 코리아 2026서 공유
이 같은 딜로이트의 AI 역량과 실제 구현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곧 마련된다. 오는 24일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리는 ‘딜로이트 커넥트 코리아(Deloitte ConnecT Korea) 2026’을 통해 기업 AI 전환의 현황과 실행 방향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AI 투자 이후 실제 성과 창출에 고민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산업별 AI 활용 트렌드와 조직 내 AI 도입 전략, 기술 구현 및 확산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된다. 행사에는 ▲엔비디아(NVIDIA) ▲구글(Google) ▲SAP ▲아마존웹서비스(AWS) ▲어도비(Adobe) ▲서비스나우(ServiceNow)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 등 딜로이트의 글로벌 얼라이언스 파트너사가 참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LG, KT, 한국앤컴퍼니 등 주요 고객사 리더들이 실제 기술 적용 사례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과 참가 신청은 한국 딜로이트 그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에 투자하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는 기업은 여전히 소수다.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 피지컬 AI로 기술의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는 가운데, 기업 AI 전환의 핵심은 더 이상 ‘무엇을 도입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AI를 조직의 운영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가를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