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체계인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의 성장엔진을 확충하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자 근로소득세 감면율을 지역별로 차등화한다. 지방 근무자의 감면 폭을 대폭 늘려 인력과 자본을 비수도권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내년 상반기에는 녹색전환(GX) 촉진과 기후대응기금 재원 조달을 위한 ‘녹색국채’ 제도를 마련해 처음 발행에 나설 전망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투자 목적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음 달 말 내놓는다.
지방 근로자 소득세 감면, 녹색채권 발행안 발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6일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서 열린 ‘5극3특’ 현장방문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조세·재정 정책 방향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따져 가장 싼 전력을 만들고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추면 기업은 자연스레 올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먼저 들어오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는 것이 지역 발전의 진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정부는 이 같은 지방 정주여건 개선을 유도할 인센티브를 마련하기 위해 현행 중소기업 취업자의 근로소득세 감면 제도를 전면 개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청년에게 취업 후 5년간 90%, 노인·장애인 등에게 3년간 70%의 세금을 일률적으로 깎아주는 구조다.
향후 감면 대상 기준은 유지하되 혜택 규모를 비수도권 중심으로 차등화한다. 구 부총리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지고 좀 어려운 지역일수록 혜택을 주고, 그 혜택을 기업이 아닌 근로자에게 주겠다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자금 조달책의 일환으로 5극3특 지역의 GX 생태계 조성 및 기후대응기금 재원 조달을 위한 녹색국채도 내년 상반기 본격 도입된다. 현재 예산 협의 및 법률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반 국고채와 동일한 신용평가를 받는 국채인 만큼 국가 신용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전혀 없다”며 “기관투자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포트폴리오 요건을 충족해 시장 매력도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유동성 확보와 자금 용처가 정비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발행량이나 거래량이 적으면 제값에 팔지 못하는 유동성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적정 규모를 세팅하고 거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좁게 설정된 국내 기후대응기금 법령 간의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도 선행 과제로 꼽힌다.

부동산 쏠림 해소… 혁신산업 선정해 국부펀드 투자 나선다
정부는 주택 시장에 묶인 자본을 지방 신산업과 자본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부동산 세제에서 ‘실거주’와 ‘투자 목적’을 엄격히 분리하는 원칙을 세웠다. 구 부총리는 “실거주 주택은 크게 문제 삼지 않지만 다주택이나 실거주 목적이 아닌 보유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이유가 크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그런 철학에 맞춰 관련 정책도 검토 중이며 내부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말쯤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서구 선진국처럼 보유 부담을 주는 게 맞겠다”고 밝힌 정책 기조도 적극 반영된다. 다음 달 말 발표될 세제 개편안에는 선진국 수준으로 부동산 보유 부담을 높여 유동성을 산업 생산적인 분야로 흘려보내는 구조가 담길 전망이다.
구 부총리는 “부동산 관련 대통령의 잇단 메시지는 국민이 자본시장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라며 “정부는 인공지능(AI) 대전환 등을 통해 자본시장을 키우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으로 유도된 재원은 5극3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초혁신경제 선도 프로젝트(15+3)’ 가동에 투입된다. 기존 15대 과제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초전도체 등 ‘국가 전략 첨단 소재 부품’ 분야와 소형모듈원전(SMR)·차세대 태양광 등 ‘기후·에너지·미래 대응’ 분야, K-바이오 및 콘텐츠를 아우르는 ‘K-붐업’ 분야로 구성됐다.
여기에 산업 전반의 지능화·자동화를 뒷받침할 핵심 기반 부품인 센서, 액추에이터(로봇 구동기), 휴머노이드용 이차전지 등 3개 신규 과제를 추가해 관리·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재경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2, 제3의 메모리반도체와 같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투자 재원은 올해 걷힌 초과 세수를 활용한다. 초과 세수로 국부펀드를 조성해 정부가 유망 미래 산업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구 부총리는 이와 함께 국가 AI 예산도 10조원 규모로 확대해 초혁신성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단기 거시경제 변수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해 중장기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겠다”며 오는 18일 석유 최고가격제 해제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해남=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