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9일 15: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눈앞으로 다가오며 상장 주관을 맡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거머쥐게 될 수수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이르면 내달께로 예상된다. 이달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받고 다음 달 초 IPO 로드쇼를 거친 뒤 같은 달 초중순께 상장을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SEC에 ADR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IB업계에선 SK하이닉스 ADR 상장 주관사인 글로벌IB 4곳이 가져가게 될 수수료 규모와 산정 방식 등에 이목이 집중된다. SK하이닉스 ADR 상장 주관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맡았다. 미국 증시 상장인 만큼 미국계 IB들로 대규모 주관사단이 꾸려졌다.
국내 상장기업의 ADR 상장은 2004년 LG디스플레이(옛 LG필립스LCD)의 한·미 동시상장 이후 사실상 맥이 끊겼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가면 1990~2000년대 포스코홀딩스, 한국통신, SK텔레콤 등이 잇따라 ADR로 미국 증시 문을 두드렸다. 이후 시간이 너무 흐른 탓에 당시의 수수료 책정 방식을 현재로 그대로 가져오긴 어렵다.
시장에선 한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ADR이라는 그릇에 담아 새로운 시장에 옮겨 상장시키는 구조에 주목한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벤치마크 프라이스(기준 주가)가 되고, 여기에 환율과 일정 범위의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에서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book-building)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율은 북이 차는 수준에서 정해지고, 해당 할인율에서 ADR 주가가 확정된다. 이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과정과 유사하다. ADR 상장은 근본적으로 IPO보다 블록세일에 가깝다는 시각이 IB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ADR 상장 수수료율이 통상의 해외 IPO처럼 높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물론 미국 규제 당국 수준에 맞춰 서류를 파일링하는 작업이 있지만, IPO의 핵심 작업인 펀더멘탈 분석과 밸류에이션 측정 등의 과정은 생략된다. 해외 투자자에게 대규모 세일즈를 해야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장해있는 회사를 시장에 옮겨 상장한다는 점에서 비상장 상태에서 ADR 발행을 추진하는 카카오모빌리티 ADR이나 국내 기업들의 해외법인 현지 IPO와 전혀 다른 딜”이라며 “투입하는 리소스나 딜 난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최근 상장한 스페이스X의 IPO 주관 수수료는 공모규모 750억 달러(약 114조원)의 0.7% 수준으로 산정됐다. 통상적인 미국 IPO 수수료율이 4~7%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조달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스페이스X가 IB들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 상장 주관사단은 막대한 자금조달 규모 덕분에 5억 달러(약 7천600억원)를 웃도는 금액을 수수료 수입으로 챙겼다.
SK하이닉스도 스페이스X 사례와 비슷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SK하이닉스는 발행주식총수의 2%가량을 신주로 발행해 ADR로 상장할 예정이다.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약 4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일반적인 비상장사의 해외 IPO보단 수수료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모규모 덕분에 괜찮은 수수료를 챙길 것이란 설명이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20여년 만의 ADR 상장, SK하이닉스라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위상 등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하면 IB가 금전적 이익만을 노리고 뛰어들 딜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