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정만 있고 고객은 없는 5성급 호텔의 민낯<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한 5성급 호텔. 웅장한 로비와 세련된 인테리어, 잘 관리된 객실은 기대를 충족시켰다. 그런데 새벽녘 함께 투숙한 이가 심한 급체 증세를 보였다. 단순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밤새 고통을 호소할 정도였다. 가족들은 당황했고 무엇보다 빠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 5성급 호텔은 규정만 외쳤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호텔 측에 소화제 보유 여부를 문의했지만 의약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해할 수 있었다. 국내 의료법과 약사법상 호텔이 임의로 의약품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규정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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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호텔 측 응대는 실망스러웠다. “소화제는 없습니다.”“잘 모르겠습니다.”“규정상 안됩니다.” 모든 답변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같은 답변들에는 고객이 없었다. 고객의 불안이나 다급합, 고객 가족이 겪었을 고통에 대한 공감이 없었다. 무관심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가 놀라웠다.
서비스를 무너뜨리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무감각'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고객은 초 단위로 조급한데 직원은 시계가 멈춘 사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서비스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실수가 아니다. 무감각이다. 실수는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의 감정을 읽어내지 못하는 무감각은 서비스의 존재 이유 자체를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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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호텔들이 착각하는 대목이다. 고객은 커다랗고 잘 정돈된 객실, 대리석 바닥과 샹들리에, 화려한 조식 때문에 방문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서비스의 하드웨어일 뿐이다. 진짜 서비스는 고객이 가장 불안한 순간에 드러난다. 그 순간 직원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목소리로 말하는지,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이는지가 '진짜 등급'을 결정한다.

5성급 호텔의 실망스러운 공감 능력<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했다. 호텔 안내에 따라 소화제 하나를 구하기 위해 멀리 가려는 참인데, 택시 기사는 다급해 보이는 우리를 백미러로 보더니 물었다. “혹시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신가요?”
사정을 설명하자 즉각적 반응이 돌아왔다. “소화제를 구입하기 위해서라면 더 가까운 곳을 제가 알아보겠습니다.”“몹시 걱정되시겠네요.” 그는 우리를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그는 호텔 직원보다 먼저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했다.
질문에 답한 호텔, 문제를 해결한 택시기사<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호텔 직원은 고객의 질문에 답했다. 택시기사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호텔 직원은 규정을 설명했다. 택시기사는 방법을 찾았다. 호텔 직원은 업무를 수행했다. 택시기사는 사람을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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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는 근처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약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우리가 직접 다녀오겠다고 하자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약을 구매하고 나오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먼저 물었다. “필요한 약은 구하셨어요?”“참 다행입니다.”
고객은 시설보다 태도를 기억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어쩌면 별것 아닌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의 본질은 원래 그런 것이다. 거창하지 않다. 고객의 상황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마음. 그것이 진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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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30년 넘게 고객경험(CX)과 서비스, 이미지 브랜딩을 연구하면서 수많은 기업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늘 같은 질문을 던졌다. “고객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답은 언제나 같았다. 고객은 시설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시스템보다 사람을 기억한다. 문제 자체보다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준 사람을 기억한다.
AI 시대에 가장 희소한 경쟁력,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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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수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AI)를 도입하고 있다. 챗봇을 만들고, 자동화를 확대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AI 시대가 될수록 인간 서비스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정보보다 공감이기 때문이다.
소화제가 없을 수 있다. 근처 약국이 문을 닫았을 수도 있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고객이 절박한 순간에도 그 절박함을 함께 느끼지 못하는 서비스다. 고객은 도움을 받지 못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다. 외면당했다고 느낄 때 떠난다.
고객은 건물을 기억하지 않는다. 사람을 기억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화려한 5성급 호텔보다 평범한 택시 안에서 서비스의 본질을 만났다. 브랜드는 광고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누가 자신의 편에 서 있었는가가 브랜드를 만든다.
지금도 호텔 로비보다 백미러 너머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던 택시기사 표정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이유다. 고객은 '사람'을 기억하고, 서비스의 품격은 '사람의 온도'에서 결정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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