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재일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국내 방산 기업’에서 글로벌 방산·우주 기업으로 키우고 있다. 폴란드·중동 수출을 잇달아 성사하며 K방산 외연 확대를 이끌었다.
손 대표는 2022년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에 오른 뒤 사실상 한화 방산 실무 전면을 맡아왔다. 2024년에는 한화시스템 대표까지 겸임하며 그룹 방산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김 부회장이 그룹 차원의 투자와 미래 전략을 총괄한다면 손 대표는 수주·생산·사업 실행을 밀착 관리하는 역할이다. 두 사람의 ‘투톱 체제’ 아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은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6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3조원을 돌파했다. 모두 창사 이후 최대 규모다.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항공엔진 사업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지상방산 수주잔고만 39조7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폴란드 수출은 손 대표 체제의 상징처럼 꼽힌다. K9 자주포와 천무 공급 계약이 연이어 성사되며 유럽 시장에서 K방산 존재감을 키웠다. 전쟁 이후 유럽은 ‘빨리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한화가 주목받은 배경이다.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은 독일이다. 과거 유럽 방산 시장은 가격 경쟁력과 현지 생산만으로도 진입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이 역내 공급망 중심 조달 정책을 강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유럽 업체에는 사실상 높은 장벽이 생긴 셈이다.
한화가 최근 독일 베를린에 현지 법인 ‘한화디펜스 도이칠란트(HDD)’를 세운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독일 방산 공급망 안으로 직접 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유럽 현지 생산과 공동개발 비중을 키우는 흐름이기도 하다.
항공우주 사업과 방산의 전략적 연결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7.22%를 확보하며 3대 주주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의 사전 작업으로 해석한다. 우주 사업 밸류체인 전 과정을 직접 묶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하며 엔진과 발사체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다목적실용위성 등 위성 플랫폼 제작 역량을 가진 KAI까지 결합할 경우 발사체 제작부터 위성 개발·운용까지 아우르는 민간 우주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