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이 뭔지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김밥’이 어떤 음식인지 알려줘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참기름으로 양념한 밥과 다양한 속 재료를 구운 김으로 감싸 동그랗게 말아 썬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설명하면 외국인들이 쉽게 알아들을까?
“일본의 스시 롤과 비슷하지만, 날생선을 속 재료에 넣지 않고 대신 불고기, 달걀말이, 익힌 채소 등을 넣는 음식”이라는 설명은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쉬울까? 외국인들에게 김밥이 어떤 음식인지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방법은 ‘사진을 찍어서 보여 주는 것’이다.
때로는 말이나 글보다 사진이나 삽화가 상대방의 이해를 돕는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대화의 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언어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이 여럿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 10년 넘게 주로 경제경영서의 삽화를 그리고 있는 야기와타루(ヤギワタル)는 도리어 지나친 언어화 열풍을 경계한다. 언어만으로는 머릿속 생각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으며, 상대의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지도록’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5월 중순 출간되자마자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의 책’으로 입소문 난 <언어화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다(言語化だけじゃ?わんない)>에는 ‘그림으로 그리듯 생각을 전달하는 기술’이 소개된다. 야기와타루는 어떤 말을 듣고,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 말을 못 알아들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하면서, 진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언어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고, 언어 이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컵 좀 빌려올래요?” 광고 촬영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배로부터 컵을 빌려올 것을 지시받은 저자는 컵을 찾으러 갔다. 하지만 촬영용 식기들이 선반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머리가 하얘졌다. 키가 큰 컵, 키가 작은 컵, 가늘고 긴 컵 등, 컵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어떤 컵을 가지고 가야 할지 막막해졌다.
이런 일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한다. 직장 상사는 ‘컵’이라고 말하면 상대에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말을 들은 부하직원의 머릿속에는 어떤 컵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가 없는 상태다. 책은 이런 경우를 두고, ‘말의 함정’에 빠진 상태라고 표현한다. ‘말은 이해됐을지 몰라도 의도는 전혀 공유되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이럴 때 불필요한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
언어만으로는 백 퍼센트 상대를 이해시키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바로 ‘시각화’다. 책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관해 설명하며, 말을 잘하고, 대화가 끊기지 않으며, 설명을 쉽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의사소통의 대가는 ‘언어 이외의 수단’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 머릿속 생각을 상대의 머릿속으로 잘 이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말하지 않아도 표정과 태도 또는 분위기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책은 ‘커뮤니케이션=화술’이라는 사고방식에 반론을 제기하며,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며, 머릿속에 분명한 그림이 그려지게 하는 생각의 기술을 소개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답게, 글과 그림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독자들을 설득해나간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