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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모로코에 자동차 공급망 구축…EU 우회수출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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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모로코에 자동차 공급망 구축…EU 우회수출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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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기업들이 모로코에 자동차·배터리 공급망을 대규모로 구축하면서 유럽연합(EU)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이 모로코를 거쳐 유럽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유럽 제조업 기반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로코 북부 항구도시 탕헤르 외곽의 모하메드 6세 탕헤르 테크시티에서는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집적단지를 빠르게 조성하고 있다. 이 산업단지에는 브레이크부터 배터리 소재에 이르는 전기차 공급망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EU에서는 이러한 투자가 단순한 산업 협력을 넘어 중국의 수출 우회 전략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FT에 중국이 자국 내 산업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3국을 통한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모로코 투자 역시 그 흐름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유럽 경제에 매우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EU는 이미 중국과 관련된 우회 수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 방어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모로코에서 수입되는 알루미늄 휠이 모로코 정부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동시에 받으며 불공정 보조금을 적용받았다고 판단했다. EU 당국은 실제 산업 협력과 관세 회피 목적의 생산 이전을 구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의 산업 보조금 규모가 회원국 평균보다 3~8배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추적이 어려운 저리 대출 형태로 제공된다고 분석한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모로코 투자가 유럽 공급망 강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모로코에는 이미 르노와 스텔란티스가 대형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유럽 자동차 산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올해 탕헤르 테크시티에 7000만달러 규모 공장을 가동할 예정인 중국 브레이크 제조업체 APG의 차이쥔제 프로젝트 총괄은 현지 노동력과 원자재, 중국 기술을 결합해 유럽 공장에 경쟁력 있는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탕헤르 테크시티에는 APG 외에도 여러 중국 기업이 입주하고 있다. 센추리타이어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이며 세계 최대 배터리 음극재 업체인 BTR 뉴머티리얼그룹도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모로코 다른 지역에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 고션하이테크는 13억달러 규모 배터리 공장을 케니트라에 건설 중이다. 이 회사는 독일 폭스바겐이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모로코-중국 비즈니스협의회 의장인 메흐디 라라키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투자 사절단이 매주 2~3차례 모로코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로코는 외국 기업에 5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젊은 노동력과 친환경 전력 공급,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 여건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EU와 미국을 포함한 약 50개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25억명 규모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유인으로 꼽힌다.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올해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들이 관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생산기지를 소비시장 인근으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야드 메주르 모로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말까지 연간 50만대 전기차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완전한 가치사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로코 정부는 자국이 중국 제품의 우회 수출 통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반박하고 있다. 모로코 투자수출개발청의 야신 엘라야니 신산업 부문 책임자는 모로코가 EU 산업정책의 최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EU 무관세 수출을 위해서는 상품이 모로코에서 충분한 가공을 거쳐야 한다는 원산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 규모 자체가 유럽 정책당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로듐그룹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발표된 중국의 대모로코 투자 규모는 약 60억달러에 이른다. 채텀하우스의 북아프리카 담당 연구원 아흐메드 아부두는 모로코가 보유한 대규모 인산염 자원과 중국의 산업 역량이 결합할 경우 중국이 배터리 원료 가공부터 생산시설, 항만·철도 인프라까지 공급망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로코 역시 EU와의 관계를 무시하기 어렵다. EU는 모로코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2025년 기준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인 260억유로 이상이 EU로 향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계 및 운송장비 부문에서 발생했다.



    런던 글로벌정책연구소의 밥 사비치는 알루미늄 휠 사례가 중국의 전략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산 중간재가 북아프리카로 수출된 뒤 제한적인 가공을 거쳐 EU에 재수출되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으며, 유럽의 대중 관세 강화가 이런 흐름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핵심 변수는 EU가 최근 추진 중인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에서 모로코를 ‘유럽 생산기지’로 인정할지 여부다. 해당 법안은 유럽 산업기반 보호를 위해 공공 조달에서 유럽산 비중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자동차부품협회(Clepa)는 보조금 왜곡이나 관세 회피가 없는 국가만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에서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탕헤르에서는 공장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모로코의 현지 고용 의무 규정으로 인해 다른 아프리카 지역과 달리 중국인 인력 비중은 높지 않다. 현지 식당과 상점에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드나들고 있으며 주민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중국 산업단지 개발업체 홀리글로벌의 북아프리카 사업 책임자인 레오 뤄는 카사블랑카 투자 콘퍼런스에서 “세계 시장에서는 각자가 가진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며 “중국은 좋은 제품을 적정 가격에 만들고 있는데 왜 불만이 제기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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