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제적인 국제회계기준(IFRS) 채택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얼키 리카넨 IFRS 재단 이사회 의장(사진)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식과 채권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수요가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IFRS를 전면 도입한 아시아 최초의 주요 경제국으로 명실상부한 지역 리더”라며 “표준화된 공시는 투자자의 정보 처리 비용을 줄이고 자본시장에 긍정적 외부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회계기준원 주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리카넨 의장은 핀란드 재무장관, 유럽연합(EU) 집행위원,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IFRS 재단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 IFRS 재단의 화두는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 기준 도입과 재정 건전성 악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공시 기준 채택을 무기한 연기하며 정책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카넨 의장은 “미국은 선거 등 자국의 정치적 요인에 따라 기후 문제에 대한 정책 연속성이 끊어지곤 한다”며 “ESG 공시 기준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가 채택한 ‘글로벌 베이스라인’”이라고 강조했다.
ESG 공시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운다는 우려에 대해선 “기업이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을 공시하도록 한 ‘스코프 3(Scope 3)’에 찬반양론이 있는 상황에서 각국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내년 새 회계기준(IFRS 18)이 도입되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준 도입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이나 장애물이 있다면 IASB에 전달해 반영하겠다”고 했다. IFRS 18이 도입되면 영업손익에 자산 처분 손익 등 일회성 손익이 포함돼 기존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 된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기여도에 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ISSB 위원 배출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리카넨 의장은 “재단의 재정 문제로 이사회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향후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에 기회의 문은 동등하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1년 IFRS 회계 기준을 전면 도입한 후 매년 100만파운드(약 20억원)를 기부금으로 재단에 내고 있다. 기부 규모는 전 세계 9위 수준이다.
서형교/최석철/사진=문경덕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