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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충격은 지켜보는 것이 교과서"라던 신현송의 변신, 왜? [심성미의 중앙은행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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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충격은 지켜보는 것이 교과서"라던 신현송의 변신, 왜? [심성미의 중앙은행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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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에 중앙은행이 성급하게 대응해선 안된다.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말고 '지켜보는 것(look through)'이 교과서적인 대응이다."

    불과 두 달여 전인 지난 3월 16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결제은행(BIS) 통화정책국장 시절 BIS 보고서를 통해 던진 메시지다. 당시만 해도 그는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물가 충격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실책이 될 수 있다는 원론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한은 수장에 오른 뒤 그의 메시지는 180도 뒤바뀌었다. 신 총재는 지난 5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으로 언급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사회 구조적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이창용 전 총재조차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신중한 화법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 총재의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신 총재가 강력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돌아선 배경에는 결정적인 세 가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3~4주 내 종전' 기대 사라져
    <h3 data-path-to-node="8">

    </h3>첫 번째 이유로는 예기치 못하게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꼽힌다. 신 총재가 3월 중순 "지켜봐야 한다"고 했을 당시만 해도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4주 내로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언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전쟁과 해협 봉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에너지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했다. 당장 오늘 해협이 열리더라도 공급망 복구에만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고유가 환경이 생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월 배럴당 평균 68.4달러이던 국제 두바이유는 지난달 평균 103.1달러로 50.73% 껑충 뛰었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은 한국은 길어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직격탄을 맞았다. 수입 물가가 치솟으면서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 생활물가지수는 2.9%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높은 2.7%로 올려잡았다.


    신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도 물가 상승의 2차 파급효과를 거듭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활물가 급등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내부 논의 판도 바꾼 '1분기 깜짝 성장'
    4월 초까지만 해도 한은 내부 분위기는 성장과 물가에 미칠 영향을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난 4월 중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발표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씻어낸 성적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로 발표된 이후 내부 논의의 모든 판도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가장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기 위축 우려다. 하지만 성장세가 견조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한국은행은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통화정책은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 같은 경제 성장이 일시적인 '반짝 성장세'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신 총재는 “이번 경제 성장 사이클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싣는 게 맞을 것”이라며 “반도체는 단기간에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 기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와의 정책 대담에서도 한국 경제의 차별화된 동력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산 총재는 “한국은 유로존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가격 충격에 민감하다”면서도 “성장 관련 그림은 한국과 유럽이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유가가 상승하면 교역조건이 불리해지는데, 이번엔 반도체가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강력한 수출 성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동기 대비 3.6%,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12.3% 각각 늘어났다”면서 “통상 유가가 상승하면 교역 조건이 불리해지면서 GDI 증가세가 GDP보다 둔화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고 덧붙엿다.

    그는 하반기 통화 긴축 기조로 돌아설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신 총재는 “내년에는 GDP 갭(실질 GDP-잠재 GDP)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며 “경제가 강력할 때는 (통화정책 결정 시) 고려해야 할 딜레마가 적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 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따라서 저희는 훨씬 많은 운신의 폭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초과세수·임금 급증이 촉발한 '수요 측 인플레 압력'
    <h3 data-path-to-node="14">또한 공급 뿐 아니라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커지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명목 소득과 자본 소득이 크게 늘면서다. 1분기 국내 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12.3% 급증했다.</h3>반도체 호황으로 걷히는 초과세수도 결국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반도체발 초과세수를 빌미로 재정확장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의 급증한 임금도 수요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은이 중동 전쟁 국면 이후 처음으로 ‘수요 측 압력’을 물가 상승 요인으로 공식 거론한 배경이다.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신 총재는 “임금이 구매력 증가를 통해 수요를 키우면 그에 따른 물가 압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급에도 소득세가 있어서 그에 대한 낙수효과도 있을 것이며 이는 내년에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소비를 자극할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1년 간 약 6배 오른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 주주는 약 419만명에 달한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도 재정 확대와 펜트업(이연) 수요가 겹치며 물가가 확 뛰었다"며 "비용 충격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명목소득 증가율까지 높아지면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현송과 이창용의 다른 점…“고환율은 서학개미·외국인 매도세 때문 VS 금리 차 때문”
    지난 주 통방 이후 환율에 대한 전·현임 총재 간 인식 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과 이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을 놓고 두 사람은 뚜렷하게 다른 진단을 내놓으면서다.

    이 전 총재는 그간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수급적 요인을 주로 짚었다. 지난해에는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를, 올해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를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특히 그는 "환율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총재는 "환율로 금리를 잡으려면 25bp(1bp=0.01%포인트) 정도론 안 되고 200~300bp는 올려야 하는데, 그 경우 수많은 국민이 고통받을 수 있다"며 환율 방어용 금리 인상에 극구 반대했다.

    반면 신 총재는 다소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최근 환율 상승의 주원인으로 '한·미 금리 차'를 꼽았다. 또한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화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원화를 빌려 높은 자산에 투자)가 일어나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응책에 있어서도 신 총재는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로 보나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정해져 있다"며 고환율 역시 통화 긴축 기조를 정당화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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