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넘어서는 성공투자'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실린 기사입니다.

중국 대표 가전 업체 드리미의 최고경영자(CEO)인 위하오는 극단적인 표현을 즐겨 쓰는 습관이 있다.
그는 줄곧 자신이 5년 안에 세계 최고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또 드리미가 가전제품에서 자동차, 반도체, 심지어 우주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100조달러 규모의 생태계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20년에 걸쳐 이 생태계가 전 세계 생산성과 부를 100배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겉으로 보기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그의 주장을 하나씩 곱씹어보면 드리미의 입지와 사업 지향성을 옅볼 수 있다.
드리미가 시장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중국 소비자 기술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인 확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드리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평균 27세 드리미가 질주하는 방식
드리미는 로봇청소기로 잘 알려져 있다. 쑤저우 기반으로 현재 제품 로드맵은 주방가전, 잔디 관리 장비, 스마트홈 기기 등이다. 갈수록 스마트폰, 전기차, 드론, 반도체, 심지어 우주 관련 기술로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다.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드리미는 인공지능(AI) 기반 웨어러블, 3D 프린터, 농업·광산 로봇까지 포함한 방대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일부 제품은 상용화에 가까웠지만 상당수는 아직 콘셉트나 시제품 단계에 머물렀다. 사실 드리미는 이전에도 커피, 밀크티, 스킨케어, 온라인 여행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을 검토해왔다.

글로벌 마케팅도 공격적이다. 올 들어 글로벌 마케팅에만 수억위안을 썼다. 미국 슈퍼볼 광고 슬롯을 확보했고 중국 관영 방송사와 춘제(음력 설) 갈라쇼 협업도 진행했다.
드리미의 확장을 보면 중국 기술업계에서 익숙한 패턴이다. 수익성 있는 하드웨어 틈새시장으로 출발해 핵심 기술 역량을 구축하고, 최신기술 영역으로 진출하는 식이다. 처음엔 인접 카테고리로 확장한 뒤 여러 산업을 아우르는 더 넓은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중국 기술 업체들의 패턴이다.
예컨대 샤오미는 스마트폰, 스마트홈 기기, 반도체, 전기차를 포괄하는 '사람×자동차×집' 생태계 전략을 이미 시도했다. 이 접근법은 강한 성과를 냈다. 샤오미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냈다. 물론 이런 전략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드리미는 샤오미보다 더 큰 것을 노리고 있다. 이같은 야심이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도 있다. 한 초기 투자자는 중국 경제 매체인 차이신에 위하오의 일부 전망에 대해 "과장된 수사와 불분명한 논리를 우려해 자신의 지분 환매를 요청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투자자들은 신중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와 지방정부는 드리미 관련 사업에 계속 자금을 지원해왔다.
이들 투자자는 "드리미는 기회를 놓치는 것과 실수를 저지르는 것 사이에 끼어 있다"며 "많은 투자자가 결국 투자를 진행한 것은 드리미가 약속하는 일자리, 세수,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전했다.

2017년 설립된 드리미는 2019년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120개 이상 국가와 지역에서 드리미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거의 80%를 차지했다.
드리미는 특정 산업에서 글로벌 1위가 되려면 현지 시장에서 리더십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또 건강하고 긍정적인 현금흐름과 브랜드 영향력을 확보한 뒤 전반적인 마케팅 효율성을 높이고 그 경험을 더 많은 지역에 복제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드리미 'N+1 전략'의 그늘
드리미의 조직은 평균 연령이 약 27세로 젊은 편이다. 이들은 대체로 위하오의 비전에 동조하고 있다. 내부 메시지는 속도와 실행을 강조한다. 드리미의 한 임원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가 콘셉트에서 시장 출시까지 1년 안에 진행되도록 한다고 말했다.올해 39세인 위하오는 조직 내부에 "먼저 실행하고, 나중에 이해하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리의 핵심에는 위하오가 'N+1'이라고 부르는 접근법이 있다. 드리미는 검증된 수요와 성숙한 공급망을 갖춘 분야, 즉 'N'을 찾은 뒤 여기에 혁신 요소인 '1'을 더한다.
대개 고속 디지털 모터, 알고리즘, 모션 제어, 생체모방 로봇팔,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칩 같은 자사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후 이렇게 추가된 기능이나 디자인 개선을 근거로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드리미의 로봇 잔디깎이는 고속 디지털 모터를 사용해 해외 사업 가운데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누적 판매량은 거의 20만대에 달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3배 늘었다. 올해는 전 세계 출하 목표로 100만대를 잡고 있다.
이 모델은 드리미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게 해줬다. 물론 한계도 있다. 'N'의 상당 부분은 기존 공급망과 선도 업체에서 영입한 인재에서 나온다. 이런 전략은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핵심 사업인 진공청소기 분야에서도 드리미는 시장 선도 업체 다이슨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반복적으로 당했다.
프리미엄 포지셔닝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드리미의 청소 제품이 다이슨만큼 고급스럽지도 않고, 로보락 같은 국내 브랜드에 비해 명확한 프리미엄 우위를 갖고 있지도 않다는 지적에서다.
드리미는 2023년 이후 수백개의 사업그룹과 제품 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거의 200개의 관계 업체를 지배하고 있다. 위하오는 최근 "200개 이상 내부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사업부는 궁극적으로 전 세계 증권거래소에 독립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첫 기업공개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솥에서 만두가 나오듯'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야심과 자금 조달 문제의 충돌이다. 드리미가 겨냥하는 여러 산업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자본집약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
가장 주목받는 베팅 중 하나인 전기차는 이미 가격 전쟁과 마진 축소 속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드리미의 자동차 도전은 실제 사업과 거리가 멀고 브랜딩 활동에 더 가깝다"며 "자동차와 로봇을 전시하면 기술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이는 다른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 채용, 연구개발 지출을 확대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재무적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드리미는 신규 사업을 위해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더 높은 보수를 제시하고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신에너지차와 리튬배터리 업체에서 최근 1년 동안 드리미는 과도할 정도로 인재를 뺴가고 있다. 실제 위하오는 드리미의 로봇 자회사 매직랩에 수석과학자 영입을 위해 연간 2억위안을 제시했다. 경쟁 로봇 업체 유니트리의 고객과 입찰, 직원을 겨냥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드리미는 연구개발에도 하루 약 4000만위안을 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00억위안이 넘는다.
업게 또 다른 관계자는 "드리미는 원래 로봇청소기 시장의 평범한 스타트업이었다"며 "위하오가 자동차와 다이아몬드 케이스 휴대전화 같은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뒤부터 대중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사업성 평가와 기업 가치 관련 시장의 인식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