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주유소 대부분이 연 매출 30억원 그냥 넘어가요. 새로 문 연 곳 아니면 다 그래요."
27일 오후 2시경 서울 성동구 용답동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는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지급이 시작됐지만,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주유소가 적어 시장 변화는 미미하다는 의미였다. A씨는 "요즘 같은 시기에 새로 문 연 주유소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매장은 휘발유 값이 1989원으로 2000원이 넘지 않는 곳이었지만 10분 동안 차 1대가 들어왔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라는 이름과 달리, 정작 지원금이 주유소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면서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한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원금 사용처가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사업장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B씨 또한 매장을 바라보며 "이 정도면 적은 편"이라며 "우리는 못 지원금 못 쓴다.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10곳 중 7곳 사용 불가…유명무실 '고유가 지원금'

실제로 전국 주유소 중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은 10곳 중 3곳에 그쳤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전국 주유소 1만여곳 중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곳은 36%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천하람 의원실이 집계한 사용처도 비슷한 수준이다. 천하람 의원실이 17개 지자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752개 주유소 중 지역사랑상품권 가맹 주유소는 4530개로 가맹 비율은 42%였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가맹 비율은 11%로 급락했다.
주유소 관계자들이 "취지는 좋으나 방향성이 잘못된 것 같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어려운 시기 국민들에게 도움 되는 정책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주유소를 포함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인지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반응이다.
지원금이 아닌 '주유쿠폰'으로 지급해달라는 방안도 나왔다. A씨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인데 정작 주유소에서 못 쓰고 있으니, 차라리 석유공사에서 주유쿠폰식으로 줬으면 어떨까 한다"며 "그러면 혼선도 줄고, 유류비로 많이 사용됐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유소·소비자 모두 혼선…'주유쿠폰' 대안 나오기도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혼선은 한국주유소협회 문의로 이어졌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쿠폰 등 이런 요구가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며 "협회도 정유사 직영 주유소를 제외하고는 일반 자영 주유소에 대해선 매출액 기준과 관계없이 사용처를 포함해 달라는 취지로 정부 측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또한 지원금 사용처를 몰라 혼선을 겪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작 소비자들도 잘 모르셔서 협회에 직접 전화를 거신다. 문의가 많이 오지만 협회에서도 주유소마다 매출액을 알 수 없다 보니 국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선 현재 고유가 피해지원금 형태가 큰 불편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대표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인 만큼 주유소에서 쓸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유가가 오르면 다른 상품도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다른 제품 물가 상승에 대응해서 사용할 수 있다"며 "차가 없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그럼에도 주유소도 같이 사용해서 기름값에 부담이 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주유쿠폰 등 여러 방식으로 고려됐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