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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4년만에 또 다시 비료 가격이 급등, 전세계 식량 생산이 위협받고 있다. 중동이 주요 비료 생산지인데다 비료 무역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비료 가격이 급등, 작물 수확이 감소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2월말 전쟁 시작이후로 요소 가격은 거의 50%에서 약 두 배 가량 폭등했다. 이는 전 세계 거래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걸프 지역 수출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요소 생산 시설인 카타르에서 질소 기반 비료인 요소 공급이 중단된 영향이 컸다.
2월 27일 기준 톤당 482.5달러였던 요소 가격은 최근 톤당 약 820달러까지 상승해 50% 이상 급등했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자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단일 입찰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요소 비료를 구매했다. 지불액이 두 달전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금액이었다.
요소 뿐만이 아니다. 황과 암모니아 등 다양한 비료의 원료들도 공급이 급감했다.
4년전에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료 가격이 급등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국제 곡물 가격이 높아 비료 비용 급등을 상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몇 년간 곡물과 유지 종자의 풍작으로 작물 가격이 하향 안정돼왔다. 즉 곡물 가격이 싼데 비싼 비료를 써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예를 들어 시카고 밀 가격은 4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대두 가격 역시 4년전에 지금보다 50% 가량 높았다. 오늘 날의 농가들이 급등한 비료 비용을 감당할만한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물에 있어서 요소와 같은 질소 기반 비료는 매 시즌 시비해야 한다.비료 시비는 연간 수확량뿐만 아니라 밀의 단백질 함량을 포함한 품질 매개변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산이나 칼륨 같은 다른 핵심 영양소의 경우 사용량을 다소 줄여도 수확량이 즉각적으로 크게 손실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인산염 수출 제한 조치로 인산 공급도 장기간 압박받을 경우 황 및 암모니아 원료 공급 차질과 맞물려 작물 수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비료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농부들이 파종 면적을 줄일 가능성이다. 미국 비료 회사 모자이크의 앤디 정은 결국 “일부 재배 농가들은 비료 사용량을 줄여 수확량 감소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공급 위기보다 이번에 더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상품 데이터 제공업체인 아거스의 사라 말로는 “미국의 이란 전쟁 이후로 중동뿐 아니라 인도, 방글라데시, 러시아의 공장들이 폐쇄되면서 최소 200만 톤의 요소 생산량이 사라졌다. 이는 연간 해상 무역량의 약 3%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미 선박에 실린 약 100만 톤의 화물도 여전히 걸프만에 발이 묶여 있다.
상품 시장 정보 회사인 ICIS의 마크 밀람은 "적대 행위가 곧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비료 대기 수요 해소에만 몇 주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 지역 생산 시설의 피해 복구와 제한된 대체 공급원을 둘러싼 경쟁으로 인해 비료 공급은 향후 몇 달간 빡빡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의 기록적인 수확량으로 전 세계 곡물 재고량이 증가해 세계 식량 공급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곡물협의회를 비롯한 농업 관련 단체들은 이미 다음 시즌의 수확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또한 걸프만을 통한 비료 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상 중인 유엔은 개발도상국의 식량 안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2022년에는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저개발 국가들의 기아 문제가 악화됐다. 분석가들은 동아프리카와 같은 지역들이 다시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세계 농산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초기 지표로 해석되는 호주의 경우 농부들이 곡물 재배를 줄이기 시작했다. 곡창지대로 유명한 서호주에서 재배자들이 비료 사용량이 많고 수익성이 낮은 밀 재배를 포기, 밀 재배 면적이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MI의 수석 상품 분석가인 매튜 비긴은 "호주에서 예상 수확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는 모든 국가에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한 매우 불길한 징조”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세계 최대 대두 수출국인 브라질에서도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더 저렴하지만 효과는 떨어지는 황산암모늄 같은 제품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식용유이자 이미 공급 부족에 직면한 동남아시아 팜유의 수확량도 감소할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는 독립 농업 전문가인 아미트 구하는 영양분 부족이 어린 나무에 장기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비료 투입 비중이 큰 옥수수 재배의 봄철 파종을 줄이고 있다. 또 질소 추가 시비량이 줄면서 올여름 수확된 밀의 단백질 함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전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