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성심당, 천안 뚜쥬루, 군산 이성당 등 지역 명물 빵집이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음이 통계로 확인됐다. 전국에서 ‘빵지순례자(빵+성지순례자)’가 몰려들면서 빵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심당 운영사 로쏘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29억원, 6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7%, 34.5% 증가했다. 2020년 488억원이던 성심당 매출은 5년 만에 5배 넘게 불었다. 성심당은 ‘가성비’ 빵집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대표 상품인 튀김소보로는 1700원, 딸기시루 케이크는 4만3000~4만9000원 수준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보다 훨씬 저렴하다.
성심당 인기는 본점이 자리 잡은 대전 중구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전 중구 100대 생활업종 카드 결제액은 4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전국 평균 증가율 3.6%를 크게 웃돌았다. 제과점 업종의 결제액 증가율은 17.4%로 전국 평균(9.0%)의 두 배에 가까웠다. 지난해 대전 중구 방문객은 4931만 명으로 9.6% 늘었는데 이 가운데 40.3%가 외지인이었다.
‘돌가마만주’와 ‘거북이빵’으로 유명한 빵집 뚜쥬루가 있는 충남 천안시도 빵지순례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지역이었다. 뚜쥬루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은 315억원과 37억원으로 각각 24.0%, 68.1% 증가했다. 뚜쥬루 본점이 있는 천안시 동남구의 지난해 4분기 방문객은 5% 증가했고, 생활업종 카드 매출은 6457억원으로 4.1% 늘었다.

군산 명물 빵집인 이성당도 지난해 사상 최대인 2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군산시의 지난해 생활업종 카드 매출은 5203억원으로 5.7% 늘었다. 이 지역을 찾은 관광객이 4.7% 늘어난 덕분이었다.
부산 옵스제과와 안동 맘모스제과 등도 비슷한 파급효과가 확인됐다. 지역 명물 빵집들이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앵커 테넌트(핵심 점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빵지순례자’의 성지로 떠오른 명물 빵집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4월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 파리의 크루아상 투어와 한국의 성심당 투어를 소개하며 세계 각국에서 ‘베이커리 순례(bakery pilgrims)’ 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커리 순례 열풍에 힘입어 베이커리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베이커리 제품 시장 규모는 2023년 4956억달러에서 2030년 7141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1인 가구 증가, 외식·배달 수요 확대 등이 확대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빵은 가격 부담이 낮아 진입장벽이 크지 않고, 사진으로 SNS에 공유하기도 좋아 인기몰이를 하기 쉽다”며 “빵을 매개로 지역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이른바 ‘지역 승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