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책 시행으로 소비자물가를 0.4~0.8%포인트 낮추고 소비 위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통제로 인해 에너지 절약 유인이 약화된 데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역진성’ 문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일부에서 실효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급등 방지, 소비 위축 완화, 화물기사 등 유가 민감 계층의 부담 경감 등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의 효과와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차 시행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가 신중하게 시행 여부를 고려한다고 했지만 산업통상부는 오는 24일 4차 최고가격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정책 효과를 뒷받침했다. KDI는 최고가격제가 3월 소비자물가를 0.4~0.8%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을 감안하면 제도가 없었을 경우 물가가 2.6~3.0% 수준까지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DI는 유류세 인하 역시 상당 부분이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기름 가격이 내려도 정유사의 공급이 줄지 않다 보니 할인 효과가 소비자에게 오롯이 전달됐다는 뜻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민간 자율 5부제를 통해 석유제품 소비가 하루 평균 3.0~3.8%가량 줄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에너지 절약 유인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부담이 줄면서 연료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역시 최근 국무회의에서 “소비를 줄여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늘고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정책의 ‘역진성’도 도마에 올랐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연료비 지출은 약 20만원으로, 하위 10%(약 2만4000원)의 8배 수준이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 혜택이 고소득층에 더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