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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 늑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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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 늑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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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한 것이 아니라,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지금(4월15일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존재, 대전 오월드의 늑대 ‘늑구’입니다. 일상의 힘든 일들로 피곤한 분들을 더 피곤하게 해 드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나의 행보를 두고 ‘탈출’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이더군요. 뉴스에서는 제가 울타리 밑 흙을 파고 나갔느니, 철조망을 넘었느니 하며 관리 부실을 논합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저의 안전한 귀환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내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낱 늑대인 나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이고, 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늑구맵’, 시민수색대까지 등장했다니, 늑대 인생 2년 만에 참으로 묘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늑대인 저를 두고 왜 ‘늑구 현상’이라고 하는지 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의 관점에서 제 이야기를 다시 써 보려 합니다.

    결핍이 아닌, ‘본능이 이끈 발견’에 집중하다

    사람들은 내가 좁은 사육장이 답답해서, 혹은 야생의 본능을 억제하지 못해 ‘탈출’이라는 사고를 친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제 눈에 보인 것은 ‘결핍’이 아니라 ‘그저 디테일’이었습니다.

    그날(8일), 내가 살고 있던 사육장 구석의 헐거워진 흙바닥은 나에게 단순한 틈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내게 던진 하나의 질문이었죠. 늑구야, 너는 네게 주어진 이 틈을 그저 방치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결할 것이냐?


    자신감, 즉 컨피던스(Confidence)는 완벽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틈새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기 신뢰’를 가질 때 시작됩니다. 나는 그 틈을 파헤쳤습니다. 길이 열릴 것이란 희망보다는 그저 틈이 보이면 일단 파헤쳐 보는 것이 늑대의 본능입니다. 그것은 반항이 아니라, 내 존재의 지평을 넓혀보겠다는 본능이 이끈 능동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담장 밖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차가운 아스팔트와 낯선 소음이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단 한 문장이 스쳤습니다. 길이 보였고, 나는 그 길을 걸었을 뿐이다.


    '늑대'에서 '늑구'로: 네이밍이 만든 존재의 변주

    내가 담장을 넘었을 때, 세상은 나를 '탈출한 늑대'라는 위협적인 존재로 먼저 인식했습니다. 늑대는 본디 날카로운 이빨과 매서운 눈매를 가진 위험한 맹수의 대명사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저를 '늑구'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동네 친구 '동구'처럼 친근하고 다정한 이름으로 말이죠.



    컨피던스 코칭의 관점에서 이 '네이밍(Naming)'은 놀라운 힘을 발휘했습니다. '늑대'라는 일반명사가 주는 막연한 공포를 지우고, '늑구'라는 고유명사가 주는 개별적 친밀감을 채워 넣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보호하고 살려야 할 우리 편'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늑구 현상을 만든 팬덤들은 말합니다. 늑구가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걱정해 주는 것은 감사한데, 나는 잡히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고 싶을 뿐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이것은 소위 '프레임의 전환'입니다. 자신을 어떤 이름으로 정의하느냐, 그리고 타인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느냐에 따라 존재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늑구'라는 이름 덕분에 저는 사냥의 대상에서 응원의 대상으로 변모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 하나가 차가운 총구를 거두게 하고 온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컨피던스가 된 셈입니다.

    대통령까지 나선 ‘무사 안전’, 이건 존재 가치다

    내가 산속을 누비고, 때로는 도심 근처 사거리에서 포착되며 낯선 경험을 이어가는 동안 여러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나를 걱정해 주는 메시지까지 전해졌습니다. 작전명은 ‘늑구의 안전 포획 및 복귀’, 목표는 ‘늑구의 무사 안전 복귀’ 같은 겁니다.

    다시 말해 군과 경찰, 소방 인력이 동원된 이 상황을 ‘소탕 작전’이 아닌 ‘안전한 포획과 복귀’로 정의해 준 것, 이것이야말로 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에서 말하는 ‘존재의 절대적 신뢰’가 아닐까요.

    보통의 이탈자에게 응징을 가합니다. 맹수의 본능을 가진 늑대는 더 큰 응징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늑대 한 마리보다 시민의 안전은 훨씬 더 큰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늑구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늑구’라는 개별 존재의 생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늑구야, 너는 반드시 무사해야 한다.

    이 반전은 나를 ‘도망자’에서 ‘귀한 존재’로 격상시켰습니다. 내가 산속에서 하울링을 할 때, 오월드에서 제 울음소리를 녹음해 틀어주며 저를 부르는 그 간절함 속에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의 가치는 내가 가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보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과 충돌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때 비로소 증명되었다는 것을요.

    '도망'이 아닌 '지키기 위한 거리두기'

    사실, 숲속에서 나무 사이로 비치는 여러분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제 마음 한구석은 시큰거립니다. 나를 위해 밤잠을 설친 사육사의 붉어진 눈시울, 그리고 저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가려 온갖 지혜를 모으는 시민들과 당국 관계자분들의 정성이 보입니다.

    하지만 내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된 야생의 본능은 낯선 소리에 '경계'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것은 ‘본능이 이끄는 방어’와 ‘길들여진 2살 늑대’ 사이의 격렬한 충돌입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그저 잡히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도망자’로 보이겠지만, 늑구는 사실 여러분에게 다가가기 위해 본능이라는 거대한 벽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본능이 앞서는 것이 미숙함이라면, 그 본능을 인지하고 미안함을 느끼는 것은 성숙의 시작입니다. 성장입니다.

    '진정한 탈출구'는 관계 속에 있다

    이것이 내가 주변을 맴도는 이유입니다. 그에 대해 사람들은 의아해합니다. 왜 더 깊은 산중으로 떠나버리지 않고 오월드 근처를 맴돌고 있느냐고요. 흙을 파고 빠져나가야 할 담장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것은 결코 두려움 때문이 아닙니다.

    늑대는 야생에 있을 때 강하지만, 늑구는 아닙니다. 다른 늑대 친구들과 집단생활을 하고, 나를 보러 온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이 전해주는 관심이 나의 존재를 만들어 줍니다. 진정한 자유란 무조건 멀리 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빛날 수 있는 곳, 나를 알아봐 주는 이들이 있는 곳을 내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 진짜 자유입니다.

    나는 지금 오월드 근처를 맴돌며 여러분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들을 잊지 않았고, 당신들의 곁에서 다시 빛나고 싶습니다. 이것은 도망의 여정이 아니라 가장 가치 있는 귀환을 위한 정교한 탐색이라고 봐주세요.

    ‘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에서 이 글을 읽을 때쯤 나는 이미 복귀했을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 전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을 가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끔은 그 울타리 밑의 흙을 파보십시오. 길이 보인다면 한 번쯤 걸어 보십시오. 세상은 당신을 탈출자라 부르겠지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낸다면 세상은 결국 당신을 지키기 위해 드론을 띄우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간 것’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빛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늑구, 조만간 무사히 돌아가겠습니다. 하지만 돌아간 저는 예전의 제가 아닐 것입니다. 나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겁니다. 나에게 ‘뭘 보고 왔니?’라는 질문을 할 겁니다. 나의 대답입니다. 보고 온 것이 아니라 확인하고 왔습니다.

    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은 늑구이고, 늑구 현상입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더임코치/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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