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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도 없는데 '이럴 줄은'…'왕사남' 이어 '살목지' 홈런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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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영화시장에서 ‘5대 배급사’로 묶이는 투자·배급사 중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을 끼고 있지 않은 곳은 쇼박스와 뉴(NEW)다. 제작에서 배급, 상영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CJ ENM(CJ 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와 달리 스크린이라는 안전장치가 없는 만큼, 콘텐츠 선구안과 유통 프로세스 효율화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 자체 기획 영화에 상영관을 우선 배정하거나, 관객이 모자라도 종영 시점을 늦춰 손실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객 감소로 연간 극장 총관객 1억 명을 ‘턱걸이 사수’했던 지난해부터 영화계 안팎이 두 회사를 예의주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콘텐츠 본연의 자생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은 “투자배급사로 정면승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회사들이 역량을 가다듬으며 어려운 시기에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두각을 드러낸 쪽은 NEW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EW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4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6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좀비딸’(564만)로 관객 점유율을 높이고, 판로를 글로벌로 넓힌 ‘검은 수녀들’ 흥행 등이 작용한 결과다. 올해는 야심작인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가 극장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개봉 49일 만에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유연한 배급 전략을 구사해 글로벌에서 가파른 인기 상승세를 보여주며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극장 스코어 측면에서 올해 NEW보다 눈에 띄는 곳은 쇼박스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3% 감소한 627억 원에 그치고, 1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자존심을 구긴 쇼박스는 연초부터 선보인 영화들이 흥행을 이어가며 반등에 성공한 모양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쇼박스가 배급해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살목지’가 개봉 7일만인 전날 누적 관객 8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로드뷰에 찍힌 정체불명의 형체를 담기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깊은 물 속의 무언가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한국형 공포영화다. 실제 촬영지인 충남 예산의 한 저수지에 방문객이 급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쇼박스가 선보인 김도영 감독의 ‘만약의 우리’가 260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110만 명)을 가뿐히 넘겼다. 조선 임금 단종의 마지막 4개월을 그린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67일째인 지난 11일 누적 1642만 명을 기록해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2위에 올랐다. 약 4개월 만에 삼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셈이다.

    업계에선 과감한 기획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쇼박스에 따르면 ‘살목지’의 메인투자 및 제작 계약은 지난해 3월에 이뤄졌다. 지난해 쇼박스는 제작비가 6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지만, 주요 개봉작 ‘소주전쟁’ 관객 수가 손익분기점(180만)을 크게 하회한 28만명에 그치며 재무 경고등이 켜졌던 상태였다.


    시장 상황과 재무적 리스크 등 자칫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베팅을 이어간 것이다. 역대급 흥행작인 ‘왕과 사는 남자’ 역시 불황이 이어지던 2024년 9월에 제작·투자 계약을 맺었다. 같은 시기에 계약해 내달 개봉을 앞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최근 ‘제79회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성과를 냈다.

    영화계에선 쇼박스 같은 ‘극장 없는 배급사’의 선전이 투자를 촉진하고 영화 제작편수를 확대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콘텐츠 선구안과 배급 경쟁력으로 관객을 모았다는 점에서 투자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국회서 의결된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영화계에 656억원을 긴급 수혈키로 하는 등 투자·배급사들이 보다 과감하게 나설 수 있도록 물꼬를 튼다는 방침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열린 영화계 간담회에서 “중예산 영화 지원에 100억~150억원 구간을 신설해 편당 30억원씩 두 편을 지원하는 등 올해 다 합쳐 40편 정도 지원하게 됐다”며 “올해는 영화계에 돈이 돌아서 상시 제작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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