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A씨는 옷 갈아입기조차 힘들 정도로 거동이 어려워 건강보험공단에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신청했다. 배정된 요양보호사 B씨도 65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문제는 B씨도 심한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그 또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았다. 요통과 무릎 통증으로 바닥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타인의 부축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B씨는 73일간 A씨를 돌봤다. 거동을 도울 수는 없었다. 식사 보조 등 최소한의 돌봄만 제공했다.
노인들이 요양보호사로 돌봄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조차 일상생활이 어려운 요양보호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령화로 장기요양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돌봄을 제공해야 할 요양보호사 역시 빠르게 늙어가면서 인력난이 심화한 결과다.

◇아픈 노인이 돌봄서비스 제공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노인복지제도 운영 및 관리 실태 주요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요양보호사 113명이 137명의 노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장기요양등급이란 65세 이상 노인이나 노인성 질병을 앓는 사람 중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부여되는 수급 자격이다. 심신 상태에 따라 1(최중증)~5등급과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인지지원등급으로 나뉜다. 등급 판정을 받으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방문요양·목욕·간호 등 재가급여를 이용하거나 요양시설 입소 등 시설급여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핵심 인력이 요양보호사다. 이들은 목욕·배변 보조 등 신체활동 지원과 식사 준비, 청소 등 일상생활 전반을 돕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신체 기능이 요구된다. 그러나 감사 결과 해당 요양보호사 113명 가운데 55명은 오히려 다른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명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어렵거나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신체 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태였다. 심지어 14명은 자신이 돌보는 수급자보다 더 높은 요양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젊은 층 유입 부족에 인력난
이 같은 현상은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령화로 장기요양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장기요양등급 인정자는 2021년 95만3511명에서 2025년 123만5045명으로 4년 새 29.5%(28만1534명) 급증했다.돌봄 현장도 덩달아 늙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활동 중인 요양보호사 중 60대가 51%(35만6730명)로 절반을 넘었고, 70대 이상도 18.7%(13만746명)에 달했다.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기피 현상으로 20대는 0.15%(1054명), 30대는 0.64%(4452명)에 불과했다. 노인을 돌보는 인력이 고령층에 집중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에서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후 관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요양보호사 역시 고령 및 질병으로 장기요양 수급자가 될 수 있지만, 현행 제도는 자격 취득 이후 건강 상태나 근로 가능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상태에서도 근무가 가능하고, 자신보다 더 중증인 수급자를 돌보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계 문제에 직면한 노인 요양보호사는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감사원은 장기요양기관 관리 전반에서도 허점을 지적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노인 학대 판정을 받은 기관 410곳 중 50곳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는 등 감독 체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요양등급을 받은 요양보호사가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것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했다”며 “아울러 장기요양기관 평가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 학대 판정 결과를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