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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1일 주말 이른바 ‘테라팹’프로젝트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현존하는 반도체 업계의 전체 생산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이 같은 규모의 반도체 프로젝트가 실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반도체 제조는 설계와 달리 수십 년의 노하우가 집약된 분야로 몇 년만에 실행한다는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천문학적 자본지출, 축적된 기술 없이 불가능”지적<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24일(현지시간) 번스타인은 “머스크가 목표로 하는 연간 1테라와트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려면 매월 700만~1,800만장의 웨이퍼 투입이 필요하며 이는 약 140개~360개의 최첨단 공장이 새로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의 수석 분석가 스테이시 래스곤은 “이를 위한 자본 지출만 5조달러(7,490조원)~ 13조달러(약 1경 9,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의 추산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Feels like a stretch)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는 “머스크가 궁극적으로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삼성,TSMC ,인텔만 보유한 공정과 기술이 없이 2나노팹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바클레이즈의 댄 레비는 “2020년 배터리 데이의 높은 목표치와 유사한 보여주기식(Show-me story)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행 리스크 역시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전문 사이트인 세미위키의 설립자로 반도체 전문가 다니엘 네니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들도 30년 넘게 공정을 다듬어 왔다”며 머스크가 정해진 시간내에 성공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 자율주행에서도 머스크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반도체 제조는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재활용 로켓처럼 머스크 특유의 파괴적 혁신과 실행력 맥락에서 봐야"평가도<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기술적 난제는 있지만, 머스크 특유의 파괴적 혁신으로 시도만으로도 반도체 공급망에 강력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트리오리엔트 리서치의 댄 나이스테트는 “테라팹이 수십년간 이어온 반도체 분업화(설계와 생산 분리) 흐름을 뒤집는 수직 계열화로의 회귀로 테슬라만의 하드웨어 스택을 최적화하기 위해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는 “머스크가 목표를 100% 달성하지 못해도 발표만으로도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속도를 낼 것이고 정부와 공급망은 머스크의 수요 예측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파운드리와의 협상카드 가능성 지적도<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테라팹 선언을 통해 반도체 생산 부족 현상을 부각하거나, 파운드리 업체들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협상카드일 가능성도 거론했다. 존페디 리서치의 존 페디는 우주용 칩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존재하지만 “지상용 2나노팹은 기존 파운드리 업체들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협상 카드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올해말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페이스X의 전망을 밝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프로젝트는 머스크가 말한 계획대로라면 설계부터 최종 패키징에 리소그래피(노광장비)까지 단일 건물에 넣겠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직 계열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우주 탐사에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상 최대의 시설로 전세계 모든 파운드리의 AI칩 생산량을 합친 것의 열 배도 넘는 엄청난 규모가 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한 로켓 사업을 구축하고 테슬라를 통해 전기차를 대중화하는 등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일들을 해냈다. 블룸버그는 그럼에도 머스크가 이 같은 규모의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을지 혹은 실현할 의도가 있는지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컴퓨팅 파워 확보 곤란이 핵심적 위험 요소로 부각돼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에서는 반도체 업계가 AI 기업들의 사업 계획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만큼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마존, 알파벳 등 하이퍼스케일 기업들은 올해에만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약 6,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칩 공급 부족현상은 심화되고 있으며 AI 가속기 분야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xAI, 그리고 스페이스X가 향후 엄청난 양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며 AI 서비스를 위해 1테라와트(TW)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컴퓨팅 파워가 "핵심적 부족 요소"라며, 현재 AI 칩 생산량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양의 약 2%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그는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공급업체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규모를 확장할 것을 촉구했으며,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거의 전부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 회사들은 신중한 속도로 확장해왔다.
메가팹의 반도체 일체형 수직화 모델의 경제성도 회의론 배경<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분석가들이 회의적인 이유는 머스크가 반도체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경제성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통합 장치 제조업체(IDM) 모델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공장에 로직 반도체, 메모리 칩, 패키징, 테스트 및 리소그래피 마스크 생산 설비까지 단일 건물에 모두 갖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모델은 인텔이 수십년간 시장을 장악했던 방식이다. 그러나 칩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고 생산이 엄청나게 복잡해지면서 인텔은 이 모델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현재 전세계 어느 반도체 회사도 이와 같은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전문화된 공정과 각기 다른 기술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러한 시설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자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장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시작해도 최첨단 시설은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5년 안에 구식이 될 수 있다. 고정 비용을 정당화하려면 엄청난 양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등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반도체 기업들은 자체 공장을 소유한 적이 없다. 대다수 동종 업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주로 TSMC에 생산을 외주하고, 그 중 일부는 삼성에 외주를 맡긴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본질적으로 업계 대부분의 사업을 통합해 자본 지출과 연구 개발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주문량을 확보함으로써 경제성을 확보한다.
칩 제조경험 없는 머스크는 기존 파운드리와의 파트너십이 더 현실적<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바클레이즈 캐피털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의 위험성과 그 위험성이 자동차 및 로봇 시장에 대한 계획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머스크의 인식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칩 제조 경험이 부족한데다, 상당한 비용과 실행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삼성이나 TSMC, 혹은 인텔과의 파트너십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머스크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야망은 그동안 그가 내놓았던 대담한 아이디어들, 즉 인류의 화성 식민지화, 뉴욕에서 워싱턴 D.C.까지 밀폐된 터널을 통해 사람들을 쏘아 올리는 것, 우주 로켓 재사용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우주 로켓 재사용은 이미 현실이 됐다.
번스타인 분석가들은 "머스크는 회의론자들이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여러 차례 해냈다"며 "아마도 일론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기발한 계획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게 무엇일지는 우리도 모르니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고 썼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