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한국과 선진국 주요 도시의 주택 보유세를 비교한 기사를 SNS에 올린 것을 두고 정부가 보유세 인상 논의를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오는 5월 9일 후 ‘매물 잠김’이 발생해 집값이 반등하면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치적 고려를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을 실었다.
◇보유세 직접 언급한 李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저도 궁금했다”고 적었다. 이 기사를 보면 미국 뉴욕 보유세율은 1.0%, 일본 도쿄는 1.7%, 중국 상하이는 0.6% 수준이다. 민간 비영리 연구단체 ‘토지+자유연구소’는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0.15%로 추정했다.언론 기사를 인용하는 형식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보유세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X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6일에는 다주택자의 매물 잠김 우려에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며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글을 썼다.
다만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궁금했던 내용을 기사로 작성해줘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각국의 보유세 현황을 소개하는 차원이었다”며 “보유세가 가장 최종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시가율·공정가율 손질하나
정부 안팎에서는 보유세 강화 여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대출 연장 금지 조치에도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타면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보유세는 높이고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는 낮추는 부동산세제 합리화 방안을 연구 중이다. 7월 발표할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세제 개편 없이 보유세를 강화할 방안으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 있다. 국토교통부 고시나 시행령을 고치는 것만으로 가능해 유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높이거나 과표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식 등도 검토 대상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소득세처럼 20억원, 30억원, 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 12억원, 다주택자 9억원인 종부세 기본공제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 역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주요국의 보유세 실효세율 등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실효세율은 부동산 보유세를 민간 부동산 시가총액으로 나눈 것인데, 분모인 부동산 시가총액은 나라마다 산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집계 대상에 건물만 넣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처럼 건물과 토지를 같이 묶는 곳도 있어서다.
주만수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처럼 기준이 통일되지 않은 수치를 근거로 산출한 보유세 실효세율을 국제 비교에 사용하기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익환/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