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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운의 자본시장 직설] 상장을 재촉하는 전화가 울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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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운의 자본시장 직설] 상장을 재촉하는 전화가 울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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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인사이트 3월 24일 오후 4시 4분

    중국에서 2024년 즈음 자주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등 투자자가 연락하면 중국 기업인들은 긴장했다. “약속한 기한 안에 귀사의 기업공개(IPO)가 어렵다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고, 응하지 않으면 소송 등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말이 나올까 봐 걱정돼서였다. 중국에서 IPO가 쉽지 않았을 때의 풍경이다.


    2년 전인 2022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2022년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스타마켓(커촹반) 등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반도체 등 혁신 기술기업 상장을 반겼다. 그해 중국 본토에서만 399개 기업이 상장으로 857억달러(약 128조원·언스트앤드영 집계 기준)를 조달했다. 세계 IPO 규모가 공모금액 기준으로 전년보다 61% 급감하는 동안 중국만 3% 늘었다.
    中 IPO 위축의 파장
    IPO에 관한 중국 당국의 기조는 이듬해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부진하자 정책의 중심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신규 상장이 급증하면 청약에 자금이 몰려 증시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묶인다. 기존 상장사의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국은 IPO를 암묵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2024년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중국 국유기업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의 자회사인 농약·비료 기업 신젠타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그 배경에는 당국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해 중국 본토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100개 남짓에 그쳤다.

    이 여파는 IPO를 전제로 투자금을 유치하던 중국 기업들에 미쳤다. 상장 문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은 소송 등으로라도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했다. 분쟁이 급증했고 투자는 위축됐다. 당시 중국 투자업계에서는 “혁신 및 기술 굴기라는 정책 목표와 IPO 제한이 상반된다”는 우려가 일었다. 이처럼 정책은 시장 전체의 궤도를 크게 비틀기도 한다. 중국에서 IPO는 기업의 생존과 투자 생태계 유지까지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동했다.
    일관적·예측가능 정책 필요
    최근 한국 기업과 투자은행(IB)업계도 IPO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의 윤곽을 지난 18일 내놓았다. 그중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가 화두다. 중복상장이란 상장 기업의 종속회사 또는 계열회사 등이 IPO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중복상장 금지가 주주 보호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상장 모회사의 자회사를 인적·물적분할로 떼어내 IPO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최근 몇 년간 논란의 대상이었다. 알짜 자회사가 별도의 상장사로 ‘독립’하면 모회사 주가에 악영향을 미쳐 투자자의 손해로 귀결된다는 목소리가 컸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이 자회사에 외부 자금을 수혈하면서 ‘몇 년 안에 IPO를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외부 투자자에게 IPO는 투자금 회수(엑시트)의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재무적투자자(FI)와 한 IPO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생길 문제, 투자를 유치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고민이 나온다.

    정부는 상장 필요성, 주주 보호 등을 따져 예외적으로 중복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세부 기준이 확정되고 예외적 허용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의 우려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 설계는 필요하다. 다만 IPO는 투자 생태계의 일부이기도 하다. 혁신 투자의 불씨를 유지할 세심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중복상장 허용·불허 기준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시장의 혼란이 커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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