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주요 광역시에서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교통공사가 전기요금 폭탄 우려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따라 요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추정치가 나와서다.
23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전국 6개 교통공사(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는 이달 13일부터 이날까지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에 따른 전기요금 변동을 측정했다. 계절·시간대별, 고압 종류, 전력 부하, 주말 및 요일에 따른 차별 요금제 등 다양한 조건을 적용한 결과 요금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따라 당초 kWh(킬로와트시)당 20원의 부담 증가가 예상됐으나 오히려 1.7원 하락 효과가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13일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 시간대에 내리고 밤 시간대에는 올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교통공사는 당초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저녁 시간대(오후 6~9시)에 요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전기요금의 급증을 피해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도시철도는 출퇴근 시간대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밤 시간대 전기세가 올라가면 약 258억원의 추가 요금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0억~4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사의 전년도 전기요금은 2743억원이었다.
인천교통공사도 한국전력공사가 제공한 요금제를 분석해본 결과 전년도 전기요금 대비 0.8%의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교통공사의 지난해 전기요금 485억원에 단순 대비해 보면 연 4억원 이상의 절감효과가 나타났다. 공사 관계자는 “낮 시간대 요금 인하 효과가 예상보다 컸다”며 “계절·시간대별 요금 개편에 따른 인하 효과도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광주광역시에서 한 개 노선을 운영하는 광주교통공사도 전기요금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광주는 지난해 기준 83억원의 전기료를 부담했으나 올해는 8000만~1억원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 공사 관계자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분석해 최대한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한해 80억원가량의 전기요금을 지급하고 있는 대전교통공사도 올해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1~4호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는 올해 전기요금이 지난해 기준 대비 1.4%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요금 697억원에 대비하면 약 10억원이 줄어든다. 공사 관계자는 “부산은 전력 자립도가 타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올해 안에 시행되면 추가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발전소가 있어서 전력 자립도가 높은 지역에는 전기요금을 낮춰주고, 발전소가 없거나 멀리 떨어진 곳은 더 비싼 전기료를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다.
서울교통공사가 분석한 전력 자립도 자료에 따르면 부산·충남·인천·경북은 200%가 넘지만 대전·광주·서울·충북은 10% 이하다. 전력 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역에서 ‘전기철도 전용 전기요금제’ 신설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민철 한국교통대 철도경영·물류학과 교수는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으로 교통공사의 전기세 부담이 덜어지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당장 지하철 요금 인하에 반영되지 않겠지만 공사가 장기적으로 이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