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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비상'…계약 불이행 리스크에 로펌 찾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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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비상'…계약 불이행 리스크에 로펌 찾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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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란 전쟁 발발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이 전방위적인 물류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주요 로펌들은 수출입 기업들이 1순위로 따져봐야 할 법률적 쟁점으로 국제 계약상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을 꼽는다. 전쟁을 사유로 계약 이행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불안감 확산…로펌 찾는 기업들
    15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주요 로펌 국제 계약·거래 담당팀에 기업들의 자문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달 18일 ‘테헤란에 봄은 오는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긴급 세미나를 연다. 아랍에미리트(UAE) 파견 근무 경험이 있는 신동찬 변호사(사법연수원 26기)가 이번 전쟁에 따른 공급망 교란 관련 법률 문제와 미국의 대이란 제재 향방을 다룰 예정이다. 율촌의 국제 중재 전문가 안정혜 변호사(35기)는 법무부 ‘해외진출기업 국제법무지원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법무부 지원단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으로 중소·중견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실시간 상담과 서면 자문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광범위하다. 생산지가 중동인 석유나 석유제품·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 취급 기업은 물론 비료·곡물 수입업체까지 납기 지연 리스크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교통로다. 비료, 곡물의 경우 최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수입량이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오던 터라 분쟁 가능성이 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장을 지낸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35기)는 “수입업체라면 중동 지역 노출 물량을 꼼꼼히 검토해 대체 운송·조달을 위한 비상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전쟁이 장기화해 유럽 수출입 창구인 홍해 뱃길까지 막히면 유럽 쪽 공급망을 타고 연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요건·기한·준거법 꼼꼼히 살펴야”
    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조항은 불가항력이다. 불가항력은 계약 당사자의 통제를 벗어난 사건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을 뜻하며, 인정되면 이행 의무나 지연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전쟁·해상봉쇄·천재지변·정부 규제 등이 대표적 사유로 꼽힌다. 우리 대법원은 2008년 판례에서 “해당 사건이 당사자 지배 영역 밖에서 발생했고, 통상의 수단을 다해도 예견·방지할 수 없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95% 이상의 국제 계약이 불가항력 조항을 두고 있지만 계약서마다 세부 내용이 달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발동 요건과 기한, 증빙 방식 등 절차적 요건을 준수해야 유효하기 때문이다. 불가항력 조항이 지나치게 짧거나 모호하게 쓰인 경우, 또는 조항 자체가 없는 경우라면 계약 체결 시 정한 준거법 강행 규정에 따라 해석하게 된다. 어느 한쪽에 특별히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는 없는지부터 우선 확인해 불리한 위치라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안정혜 변호사는 “국제물품매매에 관한 유엔 협약(CISG) 가입국이라면 이 조약이 민법·상법 등 국내법에 앞서 적용되는데, 이 지점을 놓치기 쉽다”고 조언했다. CISG는 불가항력을 명시하진 않지만 79조에 그에 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해외 공급사로부터 물품을 매수하는 입장이라면 불가항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명확히 선언하고, 상대방에 대체 운송로 확보를 요구할 수 있다. 매도 기업이라면 항공 운송 검토, 선사와의 협의, 대체물 조달 시도 등 이행노력의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추후 소송·중재 분쟁에서 유효한 입증 수단이 된다.


    김범수 케이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전쟁은 불가항력 조항의 전형적 사유인 만큼 피하기 어렵다”면서도 “국내 매수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계약 조건이 불만스러웠던 차에 이번 사태를 빌미로 계약을 해지하려는 것은 아닌지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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