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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를 논할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골 주제다. 비슷한 펀더멘털을 가진 기업이라도 한국 기업의 주가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보다 낮게 평가된다. 지배구조, 낮은 배당 성향, 불투명한 경영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지만, 최근 정책 논의에서 다시 주목받는 요인이 있다. 바로 배당 과세 체계다.
배당받을수록 세금 폭탄…역설적 구조
현행 세제에서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에 포함돼 과세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최고 45%(지방소득세 포함 시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배당을 많이 받을수록 세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구조다.
이 같은 과세 방식은 투자자 행동 자체를 바꿔버린다. 합리적 투자자라면 배당보다 주가 상승을 통한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선호하게 된다. 자본이득은 매각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되지만, 배당은 지급되는 즉시 과세된다. 세제 구조가 자연스럽게 배당보다 주가 차익 중심의 투자를 유도하는 셈이다.
기업 입장도 다르지 않다. 대주주나 장기 투자자에게 높은 종합과세가 적용되는 한, 배당을 늘릴 유인은 줄어든다. 기업들이 배당 확대 대신 내부 유보를 쌓거나 자사주 매입 같은 우회적 주주환원을 택하는 배경이다.
주요국은 배당을 어떻게 과세하나
해외 주요국의 접근법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미국은 '적격배당(qualified dividend)'에 일반소득이 아닌 자본이득과 동일한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일본은 배당소득에 약 20% 수준의 분리과세 선택제를 운영한다. 독일은 배당을 포함한 금융소득 전반에 약 25% 단일세율을, 프랑스는 약 30%의 플랫 택스(Flat Tax)를 적용한다.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세액공제 방식 또는 분리과세 선택제를 두고 있고, 중국은 주식 보유 기간에 따라 배당세율을 차등 적용해 장기 투자자의 세 부담을 낮춰준다. 호주와 캐나다는 '배당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기업이 이미 납부한 법인세를 주주가 일부 공제받도록 해 이중과세를 완화한다.
제도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배당소득을 일반 근로소득과 동일한 누진세율로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장기 투자 유인을 정책적으로 배려한 결과다.
밸류업 세제 특례, 방향은 맞지만 사정거리가 짧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진 않다. 올해 1월 1일부터 '고배당 상장기업 주주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를 시행했다. 밸류업(Value-up) 정책의 세제 버전이다. 기업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면 해당 기업 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당근 정책이다.
혜택 내용은 투자자 유형에 따라 나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일반 주주는 고배당 기업 배당금에 대해 기존 14%에서 9%(지방소득세 포함 시 9.9%)로 낮아진 원천징수 세율을 적용받는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25%(지방소득세 포함 시 27.5%)의 단일 세율로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높은 누진세율을 피할 수 있는 출구를 열어준 셈이다.
단, 이 혜택이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기업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해야 하고, 배당 측면에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배당성향 40% 이상이거나, ②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금이 직전 2년 평균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경우 등이 대표적 기준이다.
문제는 제도의 사정거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적용 대상이 일부 고배당 기업으로 좁혀져 있고, 밸류업 공시 요건과 배당성향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 특정 기업 배당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로는 시장 전반의 투자 행태를 바꾸기 어렵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세제도 함께 밸류업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배당소득 과세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주요국이 배당소득에 별도 세율을 적용하거나 분리과세·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단순한 세수 조정이 아니다. 자본시장 활성화와 장기 투자 유인을 위한 정책적 선택이다.
고배당 특례는 올바른 방향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는 특례 수준의 처방을 넘어, 배당소득 과세 체계 전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세제가 밸류업되지 않으면, 증시 밸류업도 반쪽짜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