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의 최고경영자(CEO) 샨타누 나라옌이 인공지능(AI) 시대 경쟁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속에 사임하기로 했다. AI 기술 확산으로 창작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경영 교체가 단행되면서 향후 전략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라옌 CEO는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CEO직을 유지한 뒤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는 CEO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어도비 이사회 의장으로 남는다. 나라옌은 지난 2007년 말 CEO에 취임해 약 18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경영 교체가 어도비의 전략적 연속성과 혁신 속도, 자본 배분 전략 등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그레이스 하먼 애널리스트는 “차기 경영진이 규율 있는 경영과 공격적인 AI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어도비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약 7% 하락했다. 어도비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3% 떨어지며 최근 3년 사이 최저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어도비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창작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생성형 AI 기술 확산으로 경쟁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구글 등 경쟁사들이 개발한 AI 영상 및 이미지 생성 모델이 등장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중심의 창작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응해 어도비는 창작 및 마케팅 소프트웨어 전반에 AI 기능을 통합하고 이미지 생성 AI 모델 ‘파이어플라이’를 출시하는 등 AI 전략을 강화해 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파이어플라이 등 AI 중심 제품의 연간 반복 매출은 올해 회계연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이들 제품 매출은 2억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나라옌 CEO는 재임 기간 동안 어도비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취임한 이후 회사 연간 매출은 약 6배 늘어 240억달러 수준에 이르렀고 직원 수는 약 7000명에서 3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그는 소프트웨어를 일회성 판매 방식에서 정기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나라옌은 어도비에서 전설적인 성과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또 어도비가 2022년 인수를 추진했던 디자인 플랫폼 피그마의 딜런 필드 CEO도 “그는 어도비의 비전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리더”라고 밝혔다.
한편 어도비는 오는 5월까지 분기 매출을 64억3000만~64억8000만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 전망은 5.80~5.85달러로 제시됐다.
지난 회계연도 1분기(2월 27일 종료) 어도비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64억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62억8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6.06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5.88달러보다 높았다.
다만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경영 교체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아누라그 라나 애널리스트는 “어도비의 재무 지표는 지난해 이후 큰 변화가 없지만 주가는 거의 40% 가까이 하락했다”며 “이 같은 주가 부진이 CEO 교체의 주요 배경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