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우라늄, 라듐 같은 방사성 물질은 주로 형광 원료로 사용됐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요아힘슈탈(오늘날 체코 야히모프)에서 주로 채굴된 노란색 우라늄은 유리 제품과 가구를 칠하는 도료로 쓰였다. 발광 효과가 뛰어난 라듐은 더 인기가 많았다. ‘빛의 요정’으로 불린 미국 무용수 로이 풀러는 1904년 파리 공연 당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라듐으로 공연복을 꾸미고자 신물질 발견자 퀴리 부부에게 협조를 구하는 편지를 썼다.라듐의 쓰임새는 ‘건강 산업’으로 확대됐다. 방사능이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고 피부의 흠집을 없앤다고 알려지면서 라듐이 들어간 화장품이 등장했다. 샴푸와 유아용 속옷에도 라듐이 첨가됐다. 마리 퀴리는 방사선 노출 탓에 발병한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손을 떨면서도 방사능의 위험성을 인정하길 끝내 거부했다.
오늘날에도 부지불식간에 건강에 치명적인 방사선에 대량으로 노출될 때가 적지 않다.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엑스레이를 360도로 회전하면서 인체에 투사해 신체를 통과한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CT는 몸속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방사선 노출량이 엑스레이 촬영(흉부 기준 0.05밀리시버트)의 최고 100배에 이르는 만큼 사용에 적잖은 주의가 요구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 전국 CT 중 34.5%(829대)가 제조 10년이 넘은 노후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CT는 영상 품질이 떨어져 반복 촬영할 가능성이 높고 방사선 노출 관리에도 어려움이 크다. CT 사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연간 1473만9000건(2024년)에 달하는 CT 촬영은 최근 5년 새 33.3%나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CT 촬영(2023년 기준)은 333.5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31개국 중 압도적 1위다.
‘CT 과잉 촬영’이 빚어진 데는 낮게 책정된 건강보험 수가 탓이 크다. 의료계에선 수익 보전을 위해 환자에게 기능검사나 CT 촬영을 강제하는 등 편법이 활개를 친 지 오래다. ‘CT 진료 세계 1위’ 기록을 이어가는 모습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