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 골프 내기 중 상대방에게 몰래 마약류 약품을 먹이거나 스크린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수천만 원을 뜯어낸 일당이 검거됐다.
1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사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범행을 주도한 50대 남성 A·B씨를 구속 상태로, 공범 7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수도권 일대 스크린 골프장에서 60대 남성 C씨에게 10회에 걸쳐 총 74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범행은 치밀하게 이뤄졌다. A·B씨 등은 골프 동호인 모임이나 골프장 등에서 재력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물색한 뒤, 골프를 매개로 접근해 친밀감을 쌓았다. 사업가인 C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이들과 판돈을 걸고 내기까지 하게 됐다.
일당은 내기에 앞서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로라제팜을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로라제팜은 기억상실, 진정·최면 작용, 근육 이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마약류로 분류된다. 이를 C씨가 마실 음료에 몰래 타거나 약물을 탄 컵으로 바꿔치기해 C씨가 정상적으로 골프를 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일당은 스크린을 원격 조작하는 수법도 마련했다. 이들은 USB 수신기를 스크린 골프장 컴퓨터에 미리 설치하고, C씨가 공을 타격하는 순간 리모컨을 조작해 타구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향하게끔 하는 방식을 취했다.
C씨는 내기 때마다 거듭 신체에 이상을 느끼고 저조한 결과가 반복되자 직접 증거를 모았다. 이를 넘겨받은 경찰은 작년 5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일당을 검거했으며 범행을 주도한 A·B씨는 이전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한편,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