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증시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서도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테마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13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에 따르면 3월 들어 지난 12일까지 10% 이상 상승한 코스피200지수·코스닥150지수 편입 종목은 모두 20개다.
20개 종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테마는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였다. 테크윙(34.44%), 티에스이(26.44%), 주성에니진어링(17.83%), 피에스케이홀딩스(17.32%), 네오셈(13.28%), 솔브레인홀딩스(11.49%), 리노공업(10.92%) 등 7개 종목이 급락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투자(CAPEX)의 낙수효과가 기대되면서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메모리반도체업체 합산 CAPEX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기존 80조원대 후반에서 101조원까지 상향됐다”며 “내년 이후까지 메모리반도체 증설 수요가 지속돼 소부장 섹터 전반의 실적 개선 흐름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호황이 길게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엔 정보기술(IT) 기기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가 호황을 이끌었기에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빅테크기업의 AI 투자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신한투자증권은 무게를 실었다.

해당 기간 RFHIC(48.06%), 쏠리드(47.44%), 케이엠더블유(39.84%) 등 통신장비주들이 동반 상승한 점도 눈길을 끈다. 세계 각국이 차세대 AI·로보틱스 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하기 위한 통신 인프라 확충에 열을 올리는 데 따른 수혜가 기대된 영향이다.
미국의 통신업체 AT&T는 향후 5년간 미국 내 네트워크 인프라 확장에 2500억달러(약 368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최근 밝혔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간 75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2024~2025년 AT&T의 연간 CAPEX 평균인 약 30조원 대비 2.5배 수준”이라며 “AI 도입 이후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산업이 주목받은 것처럼 이젠 통신장비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신장비 관련 종목들을 방산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해상용 위성 통신 안테나와 저궤도 위성 통신 안테나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인 인텔리안테크(17.6%)는 방산 테마가 들썩일 때 함께 움직인 사례가 많았다.
전쟁으로 투자심리가 직접적으로 자극된 방산주는 LIG넥스원(48.33%), 한화시스템(34.07%), 한화에어로스페이스(22.59%) 등 3개다.
미얀마 가스전을 운영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10.11%)은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 급등 수혜로 상승했다. 한국카본(14.08%)과 우리기술(28%)도 국제 유가 급등의 수혜 기대가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고 볼 여지가 있다.
3월 들어 지난 12일까지 코스피는 10.58% 하락했다.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시작된 중동 지역 전쟁 때문이다. 공격당한 이란이 글로벌 석유·가스 물동량의 20~25%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특히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