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한 마리 가격이 배달비 포함 3만원에 달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마지노선에 가까워지면서 '대안'으로 냉동 치킨 등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은 이미 3만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섰다. 대표적으로 교촌치킨 인기 메뉴인 허니콤보와 레드콤보는 배달 기준 2만6000원 수준이다. 배달비가 4000원 붙으면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3만원에 도달한다.
다른 브랜드 상황도 비슷하다. 처갓집양념치킨의 슈프림양념치킨과 순살반반치킨은 각각 2만7000원, 네네치킨의 베트남핫스파이스치킨 역시 2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배달비를 포함하면 상당수 메뉴가 3만원을 넘어선다.
소비자들 체감 부담은 더 크다. 직장인 황모 씨는 "금요일 퇴근길에 주문해 집에서 즐기는 '치맥'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면서도 "최근 2~3년 동안 월급은 제자리 수준인데 2만원 안팎 하던 치킨값은 확 올라 이제는 치맥도 사치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치킨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비용 증가가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외식업 가맹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8%대에 그친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본사 원·부자재 비용으로 빠지고, 배달앱 수수료와 모바일 상품권 비용 등도 적지 않다. 결국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가 매장마다 배달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자 다수 점주가 가격을 올리면서 배달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가격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대체재를 찾고 있다. 대형마트 즉석조리 치킨이나 편의점 치킨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마트는 5000원대 치킨 행사를 진행해 수만 마리가 순식간에 완판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냉동 치킨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킨 전문점 수준의 맛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도 이러한 흐름을 겨냥해 냉동 치킨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정에 빠르게 보급된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 치킨 전문점 수준의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데 기술력을 투입하고 있다. 시장 선두는 CJ제일제당이 차지하고 있다. 2023년 출시한 ‘고메 소바바 치킨’은 지난해 판매량 1200만봉을 돌파하며 냉동 치킨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약 3초마다 한 봉씩 팔린 셈이다. CJ제일제당은 마라치킨, 치킨텐더 등을 내놓으며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하림, 오뚜기, 대상, 롯데웰푸드 등 주요 식품사들도 잇따라 냉동 치킨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림은 약 40년 전통의 프랜차이즈 '맥시칸' 레시피를 접목하며 지난해 5월 냉동 치킨 브랜드 '맥시칸 치킨'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 8종이던 제품군은 올해 12종으로 불어났다. 특히 뼈가 있는 '봉치킨'은 냉동 치킨 업계에서 유일하게 냉장육을 사용하면서 맛을 차별화했다. 맥시칸 치킨 판매량은 라인업 확대와 제품 차별화에 힘입어 약 9개월 만에 400만봉을 넘어섰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식감과 풍미 차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뚜기도 '오즈치킨'과 '쏘치킨' 등 제품들을 선보이며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5%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웰푸드는 '소빠닭(소스에 빠진 닭)'을 선보이고 식사이론 숯불향 오븐치킨 매콤양념맛, 갈비양념맛 등을 추가하며 구운 치킨 스타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상 청정원도 '순살바삭'을 출시하고 허니간장, 버터갈릭, 리얼레드, 자메이카 스타일 등 새로운 맛을 더하고 나섰다.
업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냉동 치킨 시장은 2022년 약 14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1600억원대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상승과 에어프라이어 보급 확대가 맞물리자 냉동 치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본격적인 나들이 철이 다가오면 냉동 치킨 업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