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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량시장 '초비상'…호르무즈 봉쇄가 불러온 '비료 쇼크'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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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량시장 '초비상'…호르무즈 봉쇄가 불러온 '비료 쇼크'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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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중동 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물류 마비가 글로벌 식량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농사에 필요한 비료 등 공급이 막히면서다. 식량 인플레이션(애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마비로 비료 생산 차질
    14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5~2026년 세계 곡물 생산량 전망치는 최근 30억 2900만 톤(t)으로 상향 조정됐다. 전 세계 소비를 충당하고 남은 재고를 사용량으로 나눈 세계 곡물 기말 재고율은 31.9%에 달해 식량 안보 측면에서 이른바 '편안한(comfortable)'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와 가장 밀접하게 연동되는 지표인 2월 기준 글로벌 식품가격지수 또한 125.3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0.9%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1.0%가량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풍부한 곡물 재고 수치가 실제 가용성을 뜻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과거의 식량 위기가 주로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기상 이변에 따른 '공급량 상실'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는 농산물을 재배에 필수인 원자재 조달이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1년 농사의 명운을 가르는 북반구의 봄 파종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터진 이번 최근 공급망 단절은 전 세계 농가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피해를 강제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비료 시장과 농업 원가 구조를 짓누르고 있는 압박은 '해상 물류의 봉쇄'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격화하면서 세계 에너지 및 화학 제품 무역의 최대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전면 마비 상태가 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10일에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분쟁 발생 직전과 비교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상선의 통항량은 무려 97% 급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4분의 1을 감당하는 석유의 통로로만 널리 알려져 있다.

    농업에서 보면 호르무즈 해협은 관련 화학제품 및 비료 교역에서도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600만 톤이 지나가는 대체 불가능한 물류 핵심 지역이다. 전례 없는 물류 병목은 해상 운임 및 보험료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중동 해역에서 다수의 민간 상선은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선박의 항로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대거 우회시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선사들이 지불해야 하는 해상 전쟁 위험 보험료는 6일 기준 일부 항차에서 1000% 이상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곡물이나 비료와 같이 화물 자체의 단가가 낮고 부피가 큰 저마진 벌크 화물의 특성상, 이런 운임과 보험료의 급등은 수입국 도착가를 끌어올린다.

    최근 해당 문제는 과거 공급망 교란과 다르다. 물류의 봉쇄와 비료 생산에 필수인 기초 원료의 단절 등도 발생했다. 세계 최대의 가스 생산국 중 하나인 카타르의 생산 중단이 대표적이다.


    작물의 생육에 필수적이고 널리 쓰이는 질소계 비료인 요소와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합성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의 질소를 포집하여 고정하는 이른바 '하버-보슈 공정'이 필수다.

    이런 화학 공정은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막대한 양의 수소 가스를 필요로 하다. 전 세계 비료 공장은 이 수소를 얻기 위해 화석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상당수 사용한다, 천연가스의 공급 중단은 비료 생산 공장 중단으로 이어지기 쉽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카타르에너지가 관할하는 라스라판의 세계 최대 규모 LNG 및 산업 단지 시설 인근에 드론 공격 등 위협이 커지면서 카타르에너지는 추가 피해를 우려해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가스 생산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천연가스가 끊기자 이곳 산업 단지를 기반으로 가동되던 카타르 국영 비료 회사인 QAFCO의 세계 최대 단일 부지 암모니아 및 요소 생산 플랜트 역시 셧다운에 들어갔다.
    요소 가격 급등
    글로벌 비료 시장은 비상에 걸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미 비료 수입의 관문이자 글로벌 가격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뉴올리언스 수입 허브의 요소 현물 가격은 분쟁 발발 직전인 2월 미터톤(MT)당 516달러에서 수일 만에 최고 683달러까지 상승했다.

    스톤엑스의 조쉬 린빌 비료 부문 부사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북반구의 봄 파종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발생한 이번 사태는 일 년 중 가장 최악의 타이밍에 발생한 물류 및 생산 마비"라며 "글로벌 비료 공급량의 막대한 부분을 일시에 잃게 됐다"고 밝혔다.

    관련 영향은 화학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번 중동 사태는 필수 원자재 중 하나인 황 공급망도 파괴하고, 인산 비료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는 이른바 '삼중 충격'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은 주로 원유와 천연가스를 탈황 정제하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필수 화학 부산물이다. 중동 지역은 대규모 원유 생산 및 정제 시설을 바탕으로 전 세계 황 무역에서 45%의 공급원이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분쟁으로 중동 국가들의 원유 수출이 지연되고 가스 정제 시설의 가동률이 둔화하면서, 황의 산출량 역시 급감하고 있다. 황 자체는 토양에 직접 뿌려지는 비료 성분은 아니다. 디암모늄 인산염이나 모노암모늄 인산염 등 농업에 필수적인 인산계 화학 비료를 합성하는 데 반드시 들어가는 중간 원료인 황산을 제조하는 데 필요하다.

    비료 공급망의 병목과 투입 원가의 급등은 전 세계 농부들의 작물 선택과 파종 면적 할당 기조를 바꿀 수 있다. 우선 비료를 집약적으로 소비하는 작물의 파종을 포기할 수 있다.

    미국 농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던 미국 식품농업정책연구소 소속의 세스 마이어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기에 닥친 비료 공급 병목과 가격 급등은 질소 비료를 집약적으로 소모하는 옥수수 재배를 포기하고 다른 작물을 선택하게 만들거나, 아예 밭에 뿌리는 비료 투입량 자체를 급격히 줄이도록 강제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비료 공급망 붕괴와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FAO가 제시한 31.9%에 달하는 '글로벌 기말 곡물 재고율'이 단기적인 공급망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이나 2022년의 글로벌 식량 위기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수확량 급감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수출 중단과 다르다는 의견이다.

    시장 경제의 가격 자정 메커니즘인 '수요 파괴'가 곧바로 작동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비료 가격이 농가의 감내 한계 수준을 초과하면 농가는 비용 절감을 위해 구매 자체를 보류하게 된다. 이런 수요의 급감은 결국 비료 제조사들과 유통업체들의 재고 부담으로 이어져 비료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시장의 자정 작용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시각이다.

    농기자재 기초 원료의 대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 농업은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밀, 옥수수, 대두 등)의 자급률이 20%대 불과하다. 좁은 땅에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투입·집약적 농법을 채택해 왔다. 이 농법을 유지하기 위해 요소, 인산암모늄, 염화칼륨 등 필수 무기질비료가 필수다. 한국은 이 비료를 합성하기 위한 기초 원재료를 사실상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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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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