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왜곡죄 도입과 재판소원제 신설, 대법관 증원을 담은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12일 공포됐다.
정부는 이날 0시 전자 관보를 통해 법원조직법(대법관 증원), 형법(법왜곡죄), 헌법재판소법(재판소원제) 일부 개정 법률을 공포했다. 1987년 개헌 이후 39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사법제도 개편이다.
이번 개정으로 확정된 대법원 판결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다툴 수 있게 됐다. 또 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판사와 검사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는 2028년부터 3년 동안 매년 4명씩 늘어나 2030년에는 26명으로 확대된다.
이번 개편은 1948년 사법부 설치 이후 약 78년, 1987년 개헌 이후 약 39년간 유지된 사법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면 기존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청구 대상이 된다.
확정 판결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판결 확정 후 30일 이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가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해당 재판을 취소하고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입법 취지는 사법권 행사 역시 공권력의 일종인 만큼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약 3000건의 3∼5배 수준이다.
법왜곡죄는 법관이나 검사 등이 특정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리를 침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적용 대상에는 법령 적용 요건을 알면서도 잘못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경우, 증거 인멸·위조, 위법한 증거 수집 등이 포함된다.
법왜곡이 의심될 경우 해당 법관이나 검사에 대해 고소·고발이 가능하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법관의 재량 판단과 법왜곡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고, 법관이 형사 처벌을 우려해 소극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사건 적체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 대법관 1인당 연간 평균 처리 사건은 3478건에 이른다.
하지만 대법관을 늘리면 대법관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관 인력도 증가해 1·2심 법원 인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관 수가 늘어나면서 대법원 내부 재판 구조도 조정이 필요해졌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 3곳에서 대부분 사건을 심리하고 중요 사건은 전원합의체에서 다룬다.
대법관이 12명 늘어나면 소부를 단계적으로 6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법개혁 3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법원장들은 그동안 제도 도입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와 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법안이 공포된 만큼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어 사법개혁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