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다주택자를 압박할수록 전세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인과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면 현재의 시장 상황은 어찌되고 있을까?
빅데이터 사이트 아실에 따르면 2026년 3월 11일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 수는 7만6715채이고 임대 매물 수는 3만 3956채이다.
매매 매물 수는 연초 대비 34.6%나 늘어났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다주택자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1월 23일 이후에는 매물 수가 급증하여 두 달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에 36.5%나 증가했다.
이는 5월 9일 이전에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겠다는 대통령의 엄포가 통한 것도 있지만 10·15 토허제 확대 조치로 인해 집을 팔 수 없었던 임대가 끼어 있는 매물도 이번 기회에 팔고자 출회됐기 때문이다.
10·15 조치 이후 지금까지 증가율은 3.6%로 약간 늘어난 수준인데 이는 10·15 조치 직후에 매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영향이 크다.
결국 그동안 집값이 올랐던 원인 중 하나가 매물의 희소성 때문이었는데 이번 조치를 계기로 매물이 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최소한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이 집을 팔지 못했던 조치가 일부 유예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대 시장이다. 임대 매물 수는 연초 대비 23.6%나 줄어들었다. 두 달 약간 넘는 기간 동안 1만 채가 넘는 매물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1월 23일 이후에는 매물 수가 20.6%나 줄어들었다.
3분의 1 이상 줄어든 임대 매물
역사상 평균치와 비교해봐도 현재의 임대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아실에서 집계를 시작한 2020년 1월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서울의 임대 매물 수는 평균 5만1024채이다. 역사상 평균치에 비해 현재의 임대 매물 수준은 66.5% 정도이다. 역대 평균치에 비해 3분의 1 이상이 줄었다.현재 임대 매물 수준보다 적었던 적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신설되어 시중 임대 물건이 급속히 줄어들었던 2020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다섯 달뿐이다.
특히 1월 23일 이후 임대 매물 재고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다주택자 압박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주택자 압박 정책과 임대 물건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 사이에는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까?
임대를 주던 다주택자의 매물 한 채가 무주택자에게 팔려 나가면 시장에서 임대 물건이 하나 사라진다. 이렇듯 다주택자의 매물이 많이 팔려 나갈수록 시장에서 임대 물건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매매 거래량은 12월에 비해 1월이 더 많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의 임대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재 시장에서 임대 매물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것은 임대 거래가 활발히 되고 있기보다는 다주택자의 매매 매물이 거래되면서 임대 매물이 없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아직 매매 거래가 되지 않았지만 집주인들이 매매 거래를 위해 임대 물건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전세 만기가 남은 세입자를 무리하게 내보내는 임대인은 없다. 하지만 전세 만기가 되거나 세입자의 사정으로 전출을 하는 경우 새로운 세입자와 새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공실로 놔두는 것이다.
토허제 상황에서는 임대가 들어 있으면 팔 수가 없기 때문에 (토허제 예외 조치가 끝나는) 5월 9일 이후에 매매를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공실 상태이면 언제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매물을 공실로 놔두게 되면 집을 보여주기도 쉽고 매수자의 일정에 맞춰 매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하게 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포함하여 앞으로 4년간 집을 팔기는 어렵다.
더구나 토허제하에서는 세입자가 들어 있으면 별도의 보상이 없을 시 매도 자체가 어렵다. 세입자 보상까지 고려하면 새로이 임대를 주는 것보다는 공실로 남겨두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이런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낼 자금이 마련되는 사람들은 세입자가 나가게 되면 새로 세를 내놓지 않는다.
보다시피 시중의 임대 매물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특히 강남3구와 같은 고가 지역보다 노도강과 같은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임대 물건 감소폭이 훨씬 크다.
강남3구의 경우 임대 매물 수가 매매 매물 수에 비해 약간(12%) 적은 수준이다. 그리고 임대 물건 감소폭도 상대적으로 적다. 연초 대비 19.0% 감소하였고 작년 10월 15일 이후로 따져봐도 12.6%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강남3구에서 전세난이 벌어질 압력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노도강과 같은 서민 주거 지역의 임대 매물은 매매 매물 수에 비해 형편없이 적고 그 감소폭도 크다. 연초 이후 48.5%나 감소했으며 10·15 조치 기준으로는 무려 54.6%나 줄어들었다. 불과 5개월 사이에 임대 물건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임대 매물 수도 매매 매물에 비해 90%나 적은 수준이다. 봄 이사철부터 극심한 전세난이 이들 지역에 휘몰아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지역으로 어디가 더 있을까? 10·15 조치 이후 임대 매물이 많이 줄어든 지역으로는 성북구(80%), 노원구(78%), 중랑구(72%), 은평구(71%), 도봉구(67%) 등이다. 전형적인 서민 주거지역이라 하겠다. 앞으로 서민 주거지역에서 전세난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과 반대로 다주택을 장려하면 전세난이 잡힐 수 있을까? 지금보다는 다소 나아질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정답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주택자 압박 정책은 일시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지 전세난을 잡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세난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라 하겠다. “일정 기간 동안 집값을 잡으려면 다주택자 규제 강화, 전세난을 완화시키려면 다주택자 규제 완화” 이것이 정답이다.
집값·전세난 같이 잡으려면 공급이 답
그렇다면 집값도 잡고 전세난도 해결할 본질적인 해법은 없을까?그 해법이 공급이다. 시장이 공포를 느낄 만큼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도 잡히고 전세가도 잡힌다. 그런데 여기서 공급이란 국민들이 원하는 종류의 주택을 말한다. 국민은 아파트를 원하는데 빌라만 계속 짓고 (정작 본인들은 살지도 않는) 빌라도 살기 좋다고 하면 그 누가 공감할 것인가?
문제는 현 정부는 공급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공공 재건축은 용적률 특례 조항을 적용하지만 민간 재건축은 적용하지 않겠다는 국토교통부의 방침이나 이주 단지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당의 재건축 물량을 다른 신도시에 비해 적게 배정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잠실이나 반포, 개포동이 대대적으로 재건축을 할 때 이주 단지를 준비하고 재건축한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이주 단지 확보라는 새로운 규제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할 일은 ‘무조건 공급’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국민들이 원하는 지역에 국민들이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게 하는 것은 ‘공급’이 아니다. 전체 주택 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아랫돌을 빼어 위에 괴어 놓는 것에 불과하다. 닥쳐올 공급 부족 현상은 매매시장에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임대시장에 먼저 다가오는 것이다. 매매 시장은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받지만 임대시장은 100% 수요·공급에 의해서만 작동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진짜 공급’은 시장에 주택수가 늘어나는 것이고 이렇게 하면 전셋값은 물론 집값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정공법을 통한 공급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다고 쉬운 편법만 찾는다면 주택시장의 꼬인 문제는 더 꼬일 뿐이다.
아기곰 (‘재태크 불변의 법칙’ 저자)